정명환 교수 (사진=현대문학 제공
정명환 교수 (사진=현대문학 제공)

프랑스 문학과 철학 탐구에 매진해 온 원로 불문학자 정명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18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3세다.

고인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대 교수를 거쳐 모교 서울대와 성심여대에서 후학을 길렀다.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을 지냈고, 1981년부터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1994년 한국사르트르연구회가 출범할 때 중추 역할을 했다.

그는 프랑스 문학을 비롯한 문학 전반과 사르트르 철학을 연구해 다양한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국 작가와 지성', '졸라와 자연주의', '문학을 찾아서', '20세기 이데올로기와 문학사상', '사르트르와 20세기' 등이 있다. 사르트르 저작인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번역하기도 했다.

고인은 에세이 '젊은이를 위한 문학 이야기'에서 "우리는 문학적 여행을 통해 다른 환경 사람들과 문명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다"며 "문학은 현실에 대한 불만을 넘어서려는 욕망이자 현실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려는 욕망의 소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학 세계와 예술론을 다룬 에세이 '프루스트를 읽다'를 펴냈다. 고인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프루스트 작품을 꼼꼼히 살폈고, 책을 읽으며 떠오른 단상을 글로 정리했다. 암 수술 이후에도 집필 활동을 멈추지 않고 내놓은 이 책이 생전 마지막 저서가 됐다.

출판업계에선 그를 문학의 거장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대전 출판업계 A 관계자는 "정명환 선생은 프랑스 문학과 철학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문학과 지성의 윤곽을 구성하는 데 전심전력했다"며 "선생의 이러한 노력은 전후 한국문단의 정신적 박약 상태를 구출하는 데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주입했다"고 평가했다.

세종 출판업계 B 관계자도 “그의 저서들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곤 했다”면서 “거장이 떠났다. 향후 그의 저서들은 후대 사람들에게도 다수 읽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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