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은희경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의  12번째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 책에 수록된 여섯 편의 소설들은 느슨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돼있다. 유사한 인물들과 동일한 공간들이 여러 소설들에서 겹쳐지고, 에피소드와 모티프가 교차한다. 여섯 편의 소설들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마지막 작품 '금성녀'에 이르면 희미한 유사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각각의 단편으로 흩어져 있을 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연결고리들은 함께 모여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선으로 면을 만들어나가는' 뜨개질처럼, 엉킨 실타래 한쪽 끝에는 들쑥날쑥하더라도 한 코 한 코, 쌓아올린 시간들이 (어쩔 수 없이) 차곡차곡 쌓여나간다. '눈송이 연작'은 어쩌면, 그 시간의 흔적들, 그것들이 그려나간 궤적들, 그 부피들의 총체이다.

 

2.최은미 '눈으로 만든 사람'

이책은 정제된 문장을 차분히 쌓아올려 단숨에 폭발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작가 최은미의 세번째 소설집이다.

뜨거운 관심을 받은 '눈으로 만든 사람'을 비롯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이번 소설집은 십대 소녀부터 유자녀 기혼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이들에 대해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멀리 비켜남으로써 무엇도 고정되지 않았기에 어디로도 갈 수 있는 해방의 파토스를 이끌어낸다. 

 

3. 윤이형 외 4인 '장래 희망은 함박눈'

'장래 희망은 함박눈'은 피로한 이 시대를 살아내느라  지친, 그러나 웃음만큼은 잃지 않는 십 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책 속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특별히 대단한 꿈 또는 거창한 계획도 없다. 있는 힘껏 좋아할 수 있고 마음을 온전히 쏟아 부을 수 있는 것들은 전부 어른들에게서 외면받을 거라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계속 각자의 꿈을 꾼다. 이들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더라도,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있더라도 잠시나마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꿈 꿀 수 있는 빛나는 용기와 재치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을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이책은 세련된 방식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가고 정제된 표현으로 공감될 만한 매력적인 인물들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4. 다와다 요코 '눈 속의 에튀드'

이책은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유명한 아기 북극곰 크누트의 실제 이야기에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소설이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 혹은 한 인물과 다른 인물이 겪는 이야기의 경계를 확실하게 구분 짓지 않는다. 또한 한 작품 안에서도 때로는 인간이, 때로는 북극곰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책의 저자는 독보적인 상상의 세계를 보여 주는 동시에 이민자, 사회화, 동물 보호, 환경문제 등 우리 주변의 사회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 '눈 속의 에튀드'는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로 이주하여 2개 언어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책은 인간 혹은 북극곰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예술에 대한 욕망, 사랑과 모성애를 매우 섬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로 그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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