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난해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죠? 가난한 청년은 하루에 몇 명이나 와요?” 그들은 ‘가난한 청년’의 이마에 “저는 가난해요”라는 낙인이 찍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저에게 제6의 감각이 있어서, 청년을 쓰윽 보면 그의 경제 사정이나 통장 잔고, 부모의 직업 같은 게 파악되리라고 여기는지도요."

 

정릉시장 골목을 지나 정릉천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건물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청년밥상 문간’이 있다. 그곳에서 이문수 신부는 낙담하고 좌절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청년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3천 원짜리 김치찌개를 팔고 있다.

대학로 고시원에서 한 청년이 굶주림 끝에 세상을 떠난 일은 그의 마음에 최초의 불꽃이 일게 했다. “더 이상 청년들이 밥을 굶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으로 시작된 식당, 첫해는 매일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도와주는’, 늘 다정한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가능했다.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은 혼자서 버텨내 보려는 청년들에게 정제된 시선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얻을 삶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또한 비록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는 어리숙한 우리에게 ‘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다 하지 못한, 좀 더 세심한 그의 마음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선의를 베푸는 일은 신부라서기보다는 어른이기에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멋진 어른이 아니라 돕는 어른이 되고 싶은 이문수 신부의 소박한 선의는 계속해서 커다란 기적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문수의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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