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의 하루한줄] 뒤틀리는 사건과 거듭되는 반전 '스릴러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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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의 하루한줄] 뒤틀리는 사건과 거듭되는 반전 '스릴러의 매력'
  • 강선영
  • 승인 2021.08.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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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의 시체에서 쪽지가 발견되었습니다.”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말이다. “뭐라고 쓰였던가요?”
“‘지옥은 비었다.’” 닐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글을 읽는다.
“클레어 씨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습니까?”
“인용구예요. 「템페스트」에 나오는.”
“그다음 줄은 뭐죠?” 하빈더가 물어보지만, 나는 경사가 미리 찾아봤으리라고 확신한다.
“지옥은 비었다.” 나는 읊는다. “그리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두운 밤, 인간인지 초자연적인 존재인지 모를 인물과의 조우, 인적 드문 곳의 폐가, 그리고 의문의 죽음. 17~18세기 영국에서 인간의 공포와 수수께끼를 다루었던 고딕 소설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소설이 시작하면 고전적으로 폭풍우의 밤이 펼쳐지고 기차 객실에서 낯선 사람의 내러티브가 들려온다. 독자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찰나, 작가는 초점을 현대로 바꾸어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클레어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평온했던 클레어의 일상은 동료 교사 엘라가 살해되면서 한순간에 뒤바뀐다. 
그리고 시체 옆에 떨어져 있는 셰익스피어 희곡 '템페스트' 속 문구가 수수께끼를 던지며, 이제 소설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가상과 현실의 공포를 탐색한다.

엘리 그리피스는 아마추어 탐정인 법의학 고고학자 루스 갤로웨이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범죄소설 시리즈(Ruth Galloway Series)로 일찍이 영국에서만 1백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또한 영국의 대표적인 추리문학상인 메리 히긴스 클라크 상상(Mary Higgins Clark Award)과 영국추리작가협회 대거 상(CWA Dagger Award)을 수상한 데 이어 에드거 상까지 받으며 믿고 읽는 작가라는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낯선 자의 일기'는 고딕 공포 미스터리에 위트 있고 우아한 그리피스의 특징들이 더해져 서스펜스와 스릴은 물론 지적 쾌감과 양식적인 즐거움까지 골고루 선사하는 작품이다.

-엘리 그리피스의 '낯선 자의 일기'에서

강선영 ksy@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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