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하찬은(필명)
작가 하찬은(필명)

작가 하찬은(필명)씨의 소설 '오늘의 불쾌지수'가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골프채를 든 안종문 군수 앞에 오인문 사무장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이미 테이블의 음식들은 안 군수가 휘두른 골프채에 깨지고 부서져 캠프는 난장판이 된 상태였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안 군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처박고 있는 사무장의 머리를 골프채로 툭툭 치며 말했다.

“인문아. 이제 네가 하다하다 별 짓을 다하는 구나.”

 “…….”

사무장은 아무 대꾸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벌벌 떨었다. 안 군수는 들고 있던 골프채를 바닥에 던지고는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사무장에게 말했다.

“넌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왜 매번 사고를 치는지 모르겠다.”

안 군수의 화가 조금 누그러진 듯하자 사무장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전 그저……, 매형을 위해서…….”

사무장의 말에 안 군수는 골프채를 다시 집어 들고 내려치려했다. 이때 옆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서장이 캠프로 들어왔다. 서장은 눈앞에 펼쳐진 캠프 상황을 보며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엎드려 있는 사무장 앞으로 다가서며 안 군수에게 말했다.

“형님, 그 골프채 좀 내려놓으셔. 이러다 처남 잡겠소.”

서장이 거들자 사무장은 든든한 지원군이라도 만난 듯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군수도 서장의 만류에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서장은 바닥에 떨어진 물병을 집어 들고 뚜껑을 따면서 말했다.

“인문이가 성급하긴 했어도 이 동네에서 형님 삼선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요. 딴에는 형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랬나본데…….”

안 군수는 사무장을 한 번 흘겨보고는 넘어진 의자 하나를 끌어당겨 서장 앞에 놓았다.

“우리 후배님도 잘 아시겠지만, 선거에 나온 후보자 마음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 정치판이라는 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안개 속인데, 항상 조심해야지.”

안 군수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서장에게도 담배를 권했다. 긴 호흡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서장이 말했다.
“말씀하신 일은 잘 처리될 것 같습니다.”

안 군수는 서장의 말에 정색을 하며 말했다.

“우리 후배님, 감 떨어지셨네. ‘같습니다?’, 아니 그럼 잘못될 수도 있단 말인가?”

서장은 아차 싶었는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우리 형님 또 옛날 성질 나오신다. 제가 그렇게 얘기하면 끝났다는 거지 뭘 말꼬리를 잡고 그러십니까?”

 “뭐든 확실해야지 이 사람아. 내가 국회의원 초선 때 뚝심 하나로 당 대표까지 했던 사람인거 몰라?”

 “왜 모릅니까 제가. 삼선 당 대표 멱살 잡고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분이신데. 그나저나, 형님! 다음 총선 때 공천은 확실한 거죠?”

안 군수는 서장의 말에 조용히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안 군수와 서장이 껄껄거리며 사담을 주고받고 있는데, 안 군수의 비서가 숨을 몰아쉬며 급하게 캠프로 들어왔다.
“군수님! 군수님!”

매사에 신중한 비서가 법석을 떨자 안 군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주 앉아있던 서장도 담배를 비벼 끄며 비서를 바라봤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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