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망가지고 실수하고, 잘못하고 욕을 먹는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보수가 살아나고 회복되지는 않는다. 2017년에 이를 악물고 결행했던 바른 정당의 보수 혁신 시도, 기득권에 안주하고 낡은 수구 냉전 논리에 기생하길 거부하는 보수의 혁신, 재탄생 시도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 만약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현 진보 정권과 집권 여당이 정신을 차리고 내부의 곪은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고 중도와 합리적 보수층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게으른 정의'는 범죄심리학자로 잘 알려진 표창원 전 의원의 정치비평서이다. 범죄현장에서 진실과 정의를 찾듯, 한국 정치에서의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 들어선 국회의원의 길, ‘상설 전투장’ 같았던 국회에서의 시간들과 그 안에서 목격한 보수, 진보의 불의에 대한 기록이다. 프로파일링을 하듯, 그간에 전념해온 범죄 분석의 경험과 이론, 잣대를 활용해 정치계를 수사, 분석한다. 

보수의 품격을 잃어버린 보수, 촛불 명령을 무력하게 만든 진보를 어느 누구의 눈치 보는 것 없이 대차게 폭로하고 비판한다. 본업 아닌 ‘다른 일’로 바쁜 국회의원들이 알면서도 저지르는 불법들, ‘전쟁 국회’를 부추기는 ‘실세’들을 낱낱이 열거하고, 한국의 청년 정치가 나아갈 바를 세계 각국의 청년 정치와 비교하면서 실현 가능한 전략과 방법으로 제시한다. 

이 책의 1부는 국회의원들의 과오와 행태, 갑질 등 실제 ‘정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 생생한 사건사고, 일상을 담았다. 보수와 진보, 여당야당 할 것 없이 아수라장, 아비규환 같은 모습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정확한 사례들로 증명한다. 

 2부는 ‘가짜뉴스’, ‘좀비 정치’, ‘썩은 사과 같은 비리 정치인’ 등 비극적 현주소를 훑는다. 지금 정치는 소속된 정당에 따라 상대를 무조건 공격하고 물어뜯는 ‘좀비 정치’다. 저자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 ‘좀비 정치’의 뿌리를 600만 명을 학살한 나치 독일의 역사까지 파고들어간다.

3부는 여야 정당을 넘어서 ‘국제적인 차별과 혐오’ ‘나라 망신시키는 외교관’ ‘한국 청년 정치가 나아갈 바’를 이야기한다. 미국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즉 ‘카인의 후예’ 이론이 증명된 이 사건이 지금 한국에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내보인다. 

저자 스스로 “정치와 무관했던 한 시민이 본의 아니게 정치인이 되어 시민을 대표하기 위해 애쓰면서 겪고 느낀 솔직한 심정의 기록”이라고 밝힌 이 책은, 중요한 선거들을 앞두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의가 무엇인지 비교하며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아울러 표창원의 소신 있는 발언을 신뢰해온 독자들에게 오래간만에 속 시원하게 해줄 비평서가 될 것이다.

-표창원의 '게으른 정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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