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부 판사의 판결은 한 소년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기에,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를 했습니다. 소년들에게 가장 적합하면서도 공정함을 잃지 않는 처분을 내리게 해달라고, 소년들이 나의 처분을 죄에 대한 응보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전환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달라고."

 

 

법정에서는 매서운 호통으로 소년들을 떨게 만들지만 재판이 끝나고 나면 열악한 소년들의 처지에 눈물 흘리고 아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귀 기울여 온 천종호 판사. 그는 거듭 말한다. 

비행의 거푸집을 벗기면 삶의 부조리와 폭력 앞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내던져진 아이들의 유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세상에는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고, 어떤 아이도 그런 환경에 처해서는 안 된다고. 우리가 불안과 냉소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천종호 판사는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온몸을 던져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왔다. 이 책은 비난의 목소리만 커져가는 차가운 우리의 공동체에 작지만 빛나는 희망의 온기를 오롯이 전해준다.

천종호 판사는 법조계에서 한직으로 여겨지는 소년재판을 자진해 맡아 8년간 소년법정에서 12,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만나왔다. 그가 쓴 세 권의 책은 소외되고 상처 입은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진심 어린 고백으로 커다란 감동과 화제를 낳았다.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는 천종호 판사가 펴낸 책에서 특히 독자의 공감을 크게 받은 글을 추려 펴낸 특별판이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전부 다듬고 내용을 풍성하게 보완하였으며 따뜻하고 정겨운 일러스트를 덧붙였다. 또한 소년법과 관련한 최근의 논쟁을 비롯해 법과 정의, 법치주의와 공동체에 대한 글도 새롭게 수록했다.

이 책은 가족 해체가 낳은 위기 상황의 아이들, 우리 사회가 방치하고 외면한 아이들이 다시 희망을 찾아나가는 치유의 여정을 담았다. 나아가 이 책은 법을 넘어선 공감과 소통의 기록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이다.

-천종호의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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