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하찬은(필명)씨의 소설 '오늘의 불쾌지수'가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작가 하찬은(필명)
작가 하찬은(필명)

사무장은 안 군수가 제법 거칠게 볼을 잡아당기는데도 마냥 신난 얼굴로 히죽거렸다. 안 군수는 함께 올라온 서장을 기획실로 안내한 뒤 사무장을 따라 캠프로 들어섰다. 캠프 문이 열리자 안 군수의 얼굴을 본 회원들은 ‘안종문!’을 연호하며 반겼다.

안 군수는 입을 벌린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잠시 정신 줄을 놓고 혼란스러워하던 안 군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캠프 안으로 천근같은 발걸음을 뗐다.

당황하고 있는 안 군수와 달리 사무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위 아래로 흔들며 군중을 선동했다. 안 군수는 사무장에게 그만하라는 애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사무장은 알아채지 못했다. MC도 기다렸다는 듯 준비한 멘트를 날렸다.

“여러분!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삼선 군수님 이십니다.”

MC의 소개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안 군수는 캠프 안의 상황을 둘러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MC의 시답잖은 농담에 사람들은 자지러졌다.

“며칠 전에 누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우리 안 군수님 잘 계시냐고, 그래서 제가 그랬죠. 안 군수님이 누굽니까? 우리 군수님은 안 군수가 아니라, 진짜 군숩니다. 그것도 삼선 짜장만 드시는 삼선 군수님이십니다. 하하하.”

깔깔거리는 사람들을 지켜보던 안 군수는 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단상에 올라 MC가 건네주는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안종문입니다.”

안 군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다시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함성 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안 군수의 얼굴은 더 일그러졌다. 안 군수는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뭔가 착오가 있었나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아직 선거는 시작도 안했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결과에 상관없이 오늘 이 자리보다 더 근사한 자리로 여러분들을 모시겠습니다. 힘들게 찾아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안 군수는 몇 번이고 허리를 숙여 사과했고, 이미 끝난 싸움인데 뭘 그러냐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 모두 돌려보냈다.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한 사무장은 캠프를 빠져나가는 사람들 틈에 섞여 화장실로 몰래 몸을 숨겼다. 안 군수는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자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를 질렀다.

“오인문! 이 개자식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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