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제도가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에 맞는 생각을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성숙한 민주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길게 보면 제도는 의식과 형태의 산물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특정한 제도가 그에 맞는 의식과 행태를 북돋우기 때문이다."

 

'나의 한국현대사' 초판 원고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마무리됐다. 당시 유시민은 '에필로그'에 설명할 수 없는 참담함에 대해 적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개정증보판은 그때 그 자리와 감정에 우리를 다시 데려다 놓는다. 그런데 유시민이 주목하는 것은 그해 4월 16일뿐이 아니다. 

이후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변화한 ‘대한민국’과 ‘우리 삶’이다. 2014년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우리에게는 유독 기쁨과 절망을 안기는 일이 많았다. 메르스, 최순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남북미정상회담, 미투운동, '김용균법', '기생충'과 BTS로 대표되는 K컬처, 코로나19……. 특정 한두 명에게만 해당되는 사건이 아니었기에 ‘함께’ 겪는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개개인의 삶에는 작지 않은 변화가 일었다.

가령 2016~2017년의 촛불혁명과 탄핵은 대다수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괜찮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내가 기여했다는 뿌듯함을 느껴봤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나누고 싶은 것도 이 지점이다.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고령화,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같은 어려움 속에서 지난 경험은 작은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숨 가빴던 지난 6년이 우리에게 어떤 역사로 남아 있는지 질문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번 개정증보판이 그 물꼬를 틀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에서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