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일이 돌을 멀리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어떻게든 한껏 멀리. (…) 소 선생은 시작선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세대와 우리의 중간 세대가 던지고 던져서 그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주워 던지고 있는 겁니다. (…) 가끔 미친 자가 나타나 그 돌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기도 하겠죠. 그럼 화가 날 거야.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조금만 긴 시간을 가지고 볼 기회가 운 좋게 소 선생에게 주어진다면, 이를테면 40년쯤 후에 내 나이가 되어 돌아본다면 돌은 멀리 갔을 겁니다."

 

2016년 1월~5월 창비 블로그 연재 당시 50명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정세랑 장편소설 '피프티 피플'이 단행본으로 묶였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또는 단단하게 연결된 병원 안팎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50개의 장(章)으로 구성된 소설 속에서 한사람 한사람이 처한 곤경과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사고들,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은 현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과 멀지 않다. 

정세랑은 특유의 섬세함과 다정함으로 50명의 주인공을 찾아 그들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아주고 있다. 그 손길을 통해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우리 사회가 같이 이겨내야 한다고, 그래야 후회 없이 다음 세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는 작가가 미쁘고 든든하다.

'피프티 피플'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자문을 통해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보안요원, MRI 기사, 이송기사, 인포메이션 담당자, 홍보부 직원, 해부학 기사, 임상시험 책임자, 닥터 헬기 기사, 공중보건의, 제약회사 영업사원, 병원 설립자의 사연까지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으로 찾아드는 환자들의 사연까지 더해져 이야기는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해진다.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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