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현대 도시의 풍경은 서울, 부산, 도쿄, 런던, 뉴욕, 어디든 비슷비슷하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 안에서 우리는 대량 생산된 것을 먹고 입고 쓰며 생활한다. 건물 사이사이는 도로가 채우고, 건물 위로는 헬기나 비행기가, 아래로는 지하철이 지나간다. 땅 위에서 움직이는 건 차, 사람, 반려견, 길고양이 정도. 도시는 대개 시끄러운 데다가 공기도 안 좋다. 도시와 도시,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는 교통망과 유통 시스템이 갖춰진 탓에 신종 전염병이 쉽게 대유행하고 팬데믹이 선언된다. 이 광경을 뭐라고 불러야 많은 이가 고개를 끄덕일까?"

 

너무나 강력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게 된 한 생물종이 지배하는 시대, 인류세. 인류세의 인간과 자연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 시대는 어떻게 최후를 맞이할까?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남기게 될까?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은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서 전 세계 곳곳을 방문하고 에드워드 윌슨,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석학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렇게 2년의 제작 기간, 10개국 현지 촬영 끝에 3부작 다큐멘터리 '인류세'가 탄생했다. '인류세: 인간의 시대'는 '인류세' 제작진이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며 목격한 생생한 현장의 기록, 분량상 담지 못했던 과학적인 내용, 촬영의 뒷이야기, 그리고 인류세 현장과 인간의 미래를 마주하면서 느낀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콘크리트, 플라스틱, 치킨, 미세먼지, 도시, 기후변화, 대멸종, 그리고 신종 전염병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딱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일까? 노벨 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은 2000년에 열린 한 과학 회의에서 ‘인류세’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새로운 지질학적 용어를 통해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의 역사에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인류세라는 단어는 과학계를 넘어 인문, 예술, 사회, 정치 등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가 되었다. 인류세가 이 시대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단어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인류세는 너무나 강력해진 나머지 자기 자신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게 된 한 생물종이 지배하는 시대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연간 수백억 마리가 도축되는 닭 뼈로 뒤덮이는 지구. 온실가스가 일으킨 지구온난화로 폭염, 태풍 등 기후 재난의 규모와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멸종사태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와중에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생물량이 전체 포유류와 조류의 97퍼센트를 차지한다. 인간은 불과 수십 년 만에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우리 자신의 운명도 포함되어 있다.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진의 '인류세:인간의 시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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