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의 하루한줄] 거짓으로 위장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본 사춘기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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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의 하루한줄] 거짓으로 위장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본 사춘기 소녀
  • 강선영 기자
  • 승인 2020.09.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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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페란테의 '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의 '어른들의 거짓된 삶'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한 조반나가 사춘기를 겪는 과정은 기이하다 못해 충격적이다. 아버지의 말에 상처를 받고 빅토리아 고모를 찾아간 조반나는 고모가 들려준 엔초와의 사랑 이야기에 매혹된다. 엔초는 아내 마르게리타와 토니노, 코라도, 줄리아나라는 삼 남매가 있는 유부남이었지만 빅토리아와 불륜 관계를 맺는다. 고모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조반나가 뱃속에서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환상에 빠질 만큼 강렬하다."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나폴리 4부작’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최신작으로 거짓으로 점철된 어른들의 세계를 다룬 매혹적이고 도발적인 성장소설이다. 13세 소녀 조반나는 식탁 밑으로 아버지와 친형제같이 지내는 마리아노 아저씨와 어머니의 다리가 뒤엉켜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이를 계기로 어른들의 위선적인 삶에 눈뜬다. 

거짓으로 위장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본 사춘기 소녀의 방황과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향한 뒤틀린 욕망, 첫 경험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이 성적인 욕구로 얼룩지는 과정을 그린 강렬한 작품이다. 페란테는 길들여지지 않은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잔혹한 사춘기 시절을 기막히고도 아름답게 담아냈다.

이 소설은 일반적인 성장소설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구조로 짜여 있다. 조반나가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된 계기는 그녀가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신뢰했던 아버지의 충격적인 발언 때문이다. 아버지 안드레아와 어머니 넬라의 갈등으로 조반나의 가족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조반나는 점차 가족의 비극을 인식하면서 불안과 공포, 환멸을 경험한다. 가족의 붕괴와 아버지의 빈자리를 통해 조반나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부모님을 향한 원망이 아니다. 

처음에는 마리아노 아저씨와 어머니 사이를 의심하면서 어머니에게도 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폴리 윗동네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아버지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지다 결국에는 아버지에게 비참할 정도로 매달리는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나폴리라는 도시의 여러 모습을 그린 한 폭의 벽화 같기도 한 이 소설은 불안으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주제들과 일그러진 여성의 모습을 통해 여성 서사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 나폴리를 배경으로 악에 받친 인물들이 소리를 지르며 잔혹한 방법으로 성장하는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페란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페란테다운 이야기다.

-엘레나 페란테의 '어른들의 거짓된 삶'에서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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