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을 일 순위로 두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우리 사회는 흔히 여성들의 우정은 배우자나 자식들, 심지어 우리 직업보다 덜 중요하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배우자를 찾거나 자식을 키우거나 승진 기회를 잡는 데 바치는 노력은 바람직하고 생산적인 반면, 여성들의 우정을 다지는 데 바치는 노력은 낭비라는 것이다."

 

여성 사이에 다툼이 생겨나면 으슥한 탕비실에서 혹은 술집에서 이런 말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여자는 애인이 생기면 잠수 탄다’, ‘여자상사는 여자직원을 더 괴롭힌다’ 같은 말들도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면 그렇지, 누군가는 이런 말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기도 한다. 여성의 진정한 관계는 남자와만 이뤄진다는 인식은 영화에서도 흔하게 등장한다. 여주인공이 사랑을 찾도록 도와주다가 운명의 남자 상대가 나타나면 조용히 사라지는 여성 친구들은 죽음까지 불사하는 남성 우정의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하다. 여성들은 진정 서로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걸까?

이 책은 이러한 오래된 편견에 의문을 던진다. 저자 케일린 셰이퍼는 먼저 자신의 경험을 그려낸다. 케일린은 남자아이들 속에 있어야만 자신이 지적이고 우월해진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 시시콜콜한 여성 잡지가 아닌 천박하지 않고 정제된 글을 쓴다고 믿었던 남성 잡지 에디터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여성성을 감추는 자신과 여성인 자신의 괴리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이 여성 전체를 폄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리고 그즈음에 일터에서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여성 친구와 가까워지며 우정의 소중함에 눈을 뜬다.

저자는 시대에 따라 여성의 우정을 향한 시각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파헤친다. 자신의 할머니, 어머니 세대에 여성끼리의 관계를 추적하고 '섹스 앤 더 시티'를 비롯한 미디어에서 그린 여성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여기에 여성에 관한 생물학적 지식과 사회학적 분석이 더해지며 여성의 우정을 둘러싼 편견을 걷어내고 그 가치를 독자에게 돌려준다.

케일린은 여성들이 헤어질 때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라고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정의한다. 그 말은 집에 무사히 도착했는지에 대한 염려, 혼자 남았을 때 느끼는 불안감, 친구들을 만난 후 느끼는 행복감과 조바심을 모두 담은 것이라고. 여성에게 우정은 연대감이자 여성으로 세상 앞에서 경험하는 끈질긴 두려움을 이겨내는 응원이라고 말이다.

-케일린 셰이퍼의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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