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비율이 90퍼센트 가까이 차지하는 경찰 조직 내에서도 유독 성비 불균형이 심한 부서가(사실 어디든 그렇지만) 형사팀과 과학수사팀이다. 그 안에서 단순히 개인적인 친분을 넘어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 동료로서도 언니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보다 더 거칠고 궂은 일 많은 형사팀 내에서 고군분투하며 여기저기 쓸리고 상처 입고 있는 언니가 지지 않았으면. 늘 그랬듯 호탕하게 웃으며 멋진 해답을 도출했으면."

 

독립출판물로 처음 나와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경찰관속으로' 작가 원도의 두 번째 책. 전작이 경찰관들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맨얼굴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었다면, '아무튼, 언니'는 “내성발톱같이 안으로 아프게 파고드는 내향적인” 학창시절을 보낸 그가 중앙경찰학교에서 만난 언니들과 그들이 보여준 새로운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전작에서 편지의 수신자이자 독자와 작가 사이의 연결고리였던 '언니‘를 이야기의 한복판으로 데려온다. 태어날 때부터 존재한 친언니를 비롯해 학교에서, 사회에서 만난 수많은 여성에 관한 에피소드는 언니라는 존재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언니는 내가 "철부지"가 되어도 좋을 만큼 편히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존재이면서 또 한편 여성을 향한 이 사회의 억압을 온 몸으로 겪어 가는 동료 시민이기도 하다. 작가가 사건 현장, 혹은 일상에서 경험한 구체적인 서사는 세상이 지워버린 언니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복원시킨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언니들에게' 보내는 애정과 존경의 눈짓이자 서로가 서로의 운이 되어 주려는 뜨거운 연대의 몸짓으로 읽히는 열두 편의 에세이는 경찰관 원도를 넘어 쓰는 사람 원도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원도의 '아무튼, 언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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