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시험인간’이란 무엇일까? 시험에 대한 정의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선발과 경쟁이라는 목적을 위해 이루어지는 시험에 적응한 인간형을 뜻한다. 시험성적에 있어서는 고성과자와 중간성과자, 저성과자로 차이를 보이겠지만, 이러한 시험방식에 적응해 살아간다면 누구나 시험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입시와 취업의 굴레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거의 대부분은 시험인간이다. 시험공화국에 살아가는 한 누구도 시험인간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무수한 젊은이는 엄청난 시험 부담에 시달리며, 시험인간으로 살아간다. 앞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실태조사 자료와 인터뷰를 하나씩 살펴볼 것이다."

 

영유아부터 은퇴를 앞둔 노년기까지, 한국 사회는 시험에서 합격해야만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경쟁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시험중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온 사회 구성원들이 시험에 매달린다. 각 시험에 따라 매뉴얼과 공략법이 있고, 그대로 따르면 삶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는 이미 시험공화국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험을 통해 소수의 합격자와 다수의 불합격자를 가르는 사회 속에서 모든 개인은 낮은 자존감, 자기효능감, 자기주도성의 상실로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객관식 지필시험이 인간을 평가하는 도구가 되면서 사회가 획일화된다는 단점도 잘 알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경쟁 체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현상을 유지시키는 핵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청년 및 청소년 연구를 진행 중인 사회학자 김기헌 박사와 심리학자인 장근영 박사는 이 현상의 핵심에 ‘시험’이 자리하고 있으며, ‘시험’이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시험인간'은 사회학자와 심리학자가 만나 시험을 곧 공정함이라 믿는 한국 사회만의 특징과 시험을 대하는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최초의 책이다.

'시험인간'은 우리가 그토록 숭배해온 시험의 본질을 해부하면서 시험에 집착하는 이유를 묻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다가올 시대는 정답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능력주의 이데올로기가 만든 시험인간으로 채워진 사회는 새 시대를 만들 수 없다. 이 책은 서열화와 경쟁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던 저자들이 만나 던지는 질문들은 시험이라는 존재 기반을 흔들기 시작한다. 나를 증명하는 뿌리 깊은 기반이 흔들리면서 독자들은 탈시험인간의 형태와 ‘좋은 시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시대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바깥을 상상하는 놀라운 여정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러기 위해 시험인간들이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살펴야 한다. 시험중독이 될 수밖에 없는 여건, 시험공화국이 굳건해질 수 있는 생각들은 일종의 신화와 같다. 저자들은 의심 없이 믿고 있는 시험인간들의 신화를 하나씩 해체한다. 강선영 ksy@newsnbook.com

-김기헌, 장근영의 '시험인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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