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은 오랜 가부장제 때문에 비틀어지거나 잘못된 걸 바로잡으려는 생각이자 움직임입니다. 누구나에게 고르고 판판한 민주주의를 노래했음에도 여성만은 끝까지 집 안에 가두려 한 짓을 돌이켜 보는 거. 사람 몸 생긴 게 성(性)에 따라 다르되 그게 곧 권력 있고 없음을 가르는 기준일 순 없다고 깨닫는 거. 그리 기운 세상을 올바르게 고치는 거. 이제 알겠습니까. 여성과 남자는 권력 높낮이 없이 똑같은 사람이라는 거. 여성 몸에 남자 마음을 가졌거나 남자 몸에 여성 마음을 가졌든, 한 몸에 두 성(性) 마음을 모두 가졌든, 한 몸에 여러 마음이 얽혔든 아무 상관없이 누구나 똑같은 사람이라는 거. 고르고 판판히 존중할 사람이라는 거. 이제 함께할 수 있겠습니까. 페미니즘 앞세우는 거. 깃발 세우는 거. 즐거운 세상 함께 만드는 거."

 

 

뉴스타파의 이은용 기자, 요새 단어 하나를 품었다. ‘페미니즘하다.’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에 저항하여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페미니즘’에 ‘-하다’를 붙인 말이다. 스스로 만들어 낸 이 말의 뜻을 이은용 기자는 ‘페미니즘에 얽힌 책을 읽고 이것저것 곰곰 생각하며 뭔가 끄적이는 것’이라 칭했다.

이은용 기자의 페미니즘 톺아보기는 4년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16년 오월 17일에 벌어졌던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부터 시작한다. 화장실에 들어온 여섯 명의 남자는 그냥 보내고, 오로지 여성만을 노려 살인을 저지른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가 노란 쪽지로 물들기 시작하며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물결이 이전보다 더 높게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조짐은 있었다. 2015년 오월, 한국에는 ‘메르스’ 즉 중동호흡기증후군이란 이름의 전염병이 돌고 있었다. 

그런데 메르스를 처음 진단받은 사람이 여성이란 루머가 인터넷 내에 빠르게 확산되며 터무니없는 여성 혐오가 행해졌다. 뒤늦게 첫 확진자가 여성이 아닌 예순여덟 살 남성이란 게 밝혀지자 이에 ‘거울 든 여성들’이 나타나 남성들의 혐오를 그대로 되돌려주기 시작했다. 페미니스트 문화평론가 손희정이 지칭한 ‘페미니즘 리부트’의 시작이었다.
2015년에 촉발된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적 흐름은 2019년 말에 이르기까지 급물살을 타고 흘렀다. 여성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남성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했던 혐오를 되비추는 데 멈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어 소리를 지르고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그의 말마따나 “페미니즘은 오랜 가부장제 때문에 비틀어지거나 잘못된 걸 바로잡으려는 생각이자 움직임”이다. “누구나에게 고르고 판판한 민주주의를 노래했음에도 여성만은 끝까지 집 안에 가두려 한 짓을 돌이켜 보는 거. 사람 몸 생긴 게 성(性)에 따라 다르되 그게 곧 권력 있고 없음을 가르는 기준일 순 없다고 깨닫는 거. 그리 기운 세상을 올바르게 고치는 거”. 이은용 기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고르고 판판한―평등―세상을 꾸리기 위해 너나없이 함께할 일이 무엇인지를 가슴에 품을 때가 됐”다고, “여성이 왜 괴롭고 아파하는지, 왜 “나도 당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지부터” 살펴보자고.

'나, 페미니즘하다'는 이은용 기자가 페미니즘을 머리에 넣기 시작하여 가슴으로 품게 된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남성 이데올로기에 맞서 일어난 2010년대의 페미니즘 운동의 큰 줄기를 기자 특유의 눈으로 꼼꼼하게 살피고 기록했다.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이은영의 '나, 페미니즘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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