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적시는 단비 같은 문화공간, 세종 단비책방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 없다.
인원이 많다고 무조건 인기가 높은 것은 아니다.
작지만 문화적 감성을 만족시켜주는, 방문객이 붐비지는 않지만 소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책방이 있다.
세종 외곽에 위치한 작은 독립서점 '단비책방'.
자리가 잘 잡혀있는 푸릇푸릇한 잔디밭을 걸어가다보면 품위가 느껴지는 벽돌집이 보인다.
새로운 장소는 늘 설레임을 준다.
손잡이를 잡아 당기는 순간 향긋한 책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리고 잘 내려진 커피 향도 기분을 맑게 해준다.
실내화를 신고 내부로 들어가면 딱 눈에 띄는 것은 다락방.
다락방을 타고 올라가면 '세종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푸른 광경이 눈에 펼쳐진다.
이곳의 정체는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면 60여 종의 독립 출판물과 각종 도서들이 비치돼있다.
눈 대중으로 봤을때 약 500여 권의 책이 비치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 주변을 뱅~ 둘러봤을때 느낀 가장 큰 특징은 책 표지에 적힌 작가들의 메세지였다.
평소에 대기업 출판사, 베스트셀러가 독점하는 출판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항상 갖고 있었다는 주인은 좀 더 다양하고, 조금 더 특별한 책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글, 그림, 사진 등의 창작물을 유통에서 판매까지 1인이 책임지며, 기존의 출판물과는 달리 개인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다양한 장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것.
한 책의 저자는 "몇년 전, 교토 여행을 하며 본 것과 일상에서 듣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만약 당신에게 1달이라는 시간이 남겨진다면 여기에서 무엇을 하시겠어요? 이책을 통해 당신의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지길 바랍니다"라는 손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독자의 입장에서 뭔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 듯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말그대로 '나만의 책'이 탄생한 것 같았다.
이들 부부는 2층 다락방도 운영중이다. 2층 다락방의 정체는 '북스테이'이다.
평소에는 손님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북스테이를 운영할때에는 손님들이 하루를 보내는 숙박장소가 된다. 편안하게 책도 읽고 신록도 감상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셈이다. 아침 8시에는 조식도 제공된다. 인근 식당에서 원하는 메뉴를 골라 식사할 수 있으며, 생수도 무료 제공된다. 저녁식사는 따로 지급하지 않는다.
단순히 책방을 넘어 소통하고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곳은 아직도 자랑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림과 공예를 좋아하는 부부는 수채화, 캘리그라피, 야생화 자수 등 원데이 클래스도 예정 중이다.
내 마음에 단비같은 감동을 주는 세종시 1호 독립출판 서점.
언젠가 잔잔한 힐링이 필요할때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한번 찾아가 보는건 어떨까?
정란 기자 jungran@newsnb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