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영선 '존버씨의 죽음'

우리 사회에서는 과로죽음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근무 중 목숨을 잃거나, 돌연사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회는 이런 과로죽음을 '평소 건강관리를 못 해서', '정신이 나약해서' 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고는 하지만 사실 이는 구조적인 모순에 의한 것이다. 

사회학자 김영선은 오랫동안 과로에 얽힌 일상 이야기를 소재 삼아 우리네 삶의 시간상을 연구해 왔다. 전작 '과로 사회'에세는 한국 사회를 과로 사회로 규정하고 장시간 노동의 일상 풍경을 파헤졌다. 이어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에서는 과로가 유발하는 신체적, 정신적, 관계적, 사회적 질병을 ‘시간마름병’이라고 진단하며, 과로가 우리의 몸과 마음, 삶과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같은 선상에서,  '존버씨의 죽음'은 과로죽음과 사회적 살인의 장소가 된 우리 일터의 현실을 추적하고자 쓰였다.

저자에 따르면 과로죽음은 지금 이 시대 노동자가 얼마나 막 취급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자본주의적 착취의 방식이 달라진 현재,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존버씨'의 과로의 성질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건강 문제도 이전과는 다르다. 이전에는 작업장 안에서 노동력을 소요했으나 지금은 정신과 영혼까지 연료로 태우는 압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존버씨의 죽음'을 통해 본격적으로 과로죽음 문제를 파헤친다. 과로죽음의 ‘과로’를 조명해 과로죽음이 '과로+성과체제'가 불러일으킨 필연적인 죽음이며 사회적 타살임을 분명히 밝힌다. 

 

2.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일하다 마음을 다치다'

극단적 선택이 유독 많은 나라임에도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에 관한 이야기를 꺼리고 업무 스트레스를 당연한 것, 각자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감정노동, 갑질,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나 관련 논의를 정책에 반영하고 노동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노동자 정신건강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았다. 업무상 정신질환과 산업재해를 추적·연구해온 의료, 법률, 노동 전문가들이 극단적 사례나 질병과 치료에 집중됐던 그간의 방식에서 벗어나 원인과 일터에 주목해 구체적이고 쉬운 말로 노동자 정신건강을 다뤘다. 직무 스트레스의 모형과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 자살 통계 분석, 정신질환과 자살의 산업재해 보상 절차, 직장 내 정신건강 증진 활동 방안 등에 대한 서술은 결국 노동자 정신건강은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개인이 이겨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고쳐야 할 대상이자 원인인 일터 문제로 정신건강에 접근한 이 책을 통해 일하다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는 것뿐 아니라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는 직장이 ‘안전한 일터’임을 확인할 수 있다.

 

3. 노동건강연대 외 '2146, 529' 

2146은 2021년 한 해 동안 질병, 사고 등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들의 숫자를, 529는 그들 중에서 사고로 사망한 이들의 숫자를 뜻한다. ‘한 해 2000명, 매일 대여섯 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퇴근하지 못하는 산재공화국’인 한국은 오래전부터 산업재해를 근절하지 못하는 노동후진국으로 불려왔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똑같은 사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2021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트위터 ‘오늘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 계정이 그날 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소식을 올리면서부터 출발했다. 해당 계정의 팔로워들은 매일같이 하나의 트윗이 알려 주는 단 한 줄의 단신기사를 통해 한국 어딘가에서 얼마 전까지 우리와 함께 살아온 누군가의 죽음을 접해왔다.

또다른 누군가는 ‘왜 우리가 노동자들의 부고를 하나씩 확인해야 하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지난 2018년 12월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지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의 죽음은 단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위험이 외주화되고 죽음이 하청화된 구조적 문제다. 

자극적인 뉴스만을 좇는 세태는 어느새 노동자들의 죽음을 한낱 단신기사로만 접하게끔 만들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 같은 무감각의 사회는 노동자들을 완전한 익명성의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그 존재들에게 숫자가 아닌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해줄 필요성이 있음을 통감한다.  

 

4. 김관욱 '사람입니다, 고객님'

지난 2020년 3월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는 서울 내 첫 집단감염 사례로콜센터의 노동 환경을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근본적인 문제는 상담사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하청 구조에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사람입니다, 고객님'은 ‘무엇이 콜센터 상담사를 아프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현장연구와 심층 인터뷰, 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추적해온 내용을 집대성한 책으로 콜센터 상담사의 불합리한 노동조건과 부당한 처우를 현장감 있게 들려주며 이를 둘러싼 사회적 의제들을 다각도로 파헤친다. 구로공단의 ‘공순이’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콜순이’가 된 현실부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상담사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처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실천까지, 콜센터의 어제와 오늘을 총체적으로 살핀다.

특히 저자는 그간 콜센터에 대한 논의가 악성 고객의 갑질 논란과 상담사의 감정노동에 국한되어 있었음을 지적하며 콜센터 산업 자체가 가진 구조적 문제로 시야를 확장할 것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풍부한 인터뷰와 사진자료, 섬세하고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콜센터 문제는 근본적으로 여성 노동과 인권의 문제임을 꼬집는다. '사람입니다, 고객님'이 던지는 질문은 한국 사회 여성 하청노동을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