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文 정부, 촛불로 집권했지만 실망도 많아"(사진=창비)
백낙청 "文 정부, 촛불로 집권했지만 실망도 많아"(사진=창비)

진보·좌파 학계의 원로인 백낙청(83)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전두환 씨 별세에 대해 “죽음 앞에서는 삼가는 게 있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백 교수는 최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창비) 출간 기념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평소 품었던 생각을 지금 말하고 싶진 않다”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선인의 죽음이든 악인의 죽음이든 죽음 앞에서는 우리가 삼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가 정국을 주도했던 1980년 7월 자신이 창간한 계간지 ‘창작과비평’이 폐간되는 등 고초를 겪었었다.

이 자리에서는 2016년 촛불집회를 거치며 탄생한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이 여럿 나왔다. 백 교수는 “2016~2017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시민들이 나와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정부를 퇴출시키고, 문재인 정부를 만들었다”며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현 정부는 촛불혁명에 힘입어 집권했기 때문에, 촛불정부는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점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초심을 그대로 간직했다고 보지만, 민주당이나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우리가 촛불혁명의 통로가 되겠다 하는 마음을 초장부터 얼마나 가졌었는지도 확실치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은) ‘민주정부 4기’이자 ‘2기 촛불정부’인데, 민주당이 집권하는 ‘4기 민주당 정부’가 자동적으로 ‘민주정부 4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것을 모르면 다음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 교수의 이번 저서는 그동안 백 교수가 ‘근대의 이중과제’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집필했던 글들을 한데 모아 펴낸 것이다. ‘근대의 이중과제’는 근대에 적응하려는 노력과 근대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분단체제론, 변혁적 중도주의 등과 함께 백 교수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이론이다.

백 교수는 저서 책머리에서 “근대라는 역사적 현실이 점점 난맥상을 더해가는 시점에 유독 이 땅에서는 촛불혁명이라는 민중 주도 민주적 변화의 거대한 사건이 벌어졌다”며 “한국과 한반도가 근대에 대한 적응력을 높임과 동시에 근대를 극복하고 개벽세상을 열어가는 세계사적 작업을 선도할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썼다.

저서 제목에 함께 들어 있는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에 대해서는 “우리의 나라 만들기가 3·1운동에서 꿈꿨던 통일된 독립국가, 근대적 민족국가에는 아직 미달하고 있다. 남북이 점진적이고 단계적이면서 창의적인 재통합 과정을 통해 온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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