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의 모습. (사진-전우용 기자)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의 모습. (사진=전우용 기자)

지난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역대급 불수능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문과생 사이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된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난이도 조절이란 벽을 넘지 못하면서다. 가채점 결과 과목 커트라인이 크게 떨어지자 전문가들은 수시 이월 현상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주요 입시업체들은 수능 1등급 커트라인을 국어 82~84점, 수학 83~86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국어 88점, 수학 가·나형 92점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도 지난해 12.7%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5~6%로 예상됐다.

앞서 수능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없었던 분위기다. 수능일 위수민 출제위원장이 예년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고 말한 데다 1교시 국어 시험이 치러진 뒤 교사, 입시업체들 역시 지난해와 난이도가 비슷하거나 약간 쉬운 수준이라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국어, 수학은 물론이고 작년 수능시험 때는 쉬웠던 영어조차 답안을 작성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국어영역 비문학 ‘헤겔의 변증법’, ‘기축통화와 환율’ 지문이 이를 반증했다. 대전여고에 재학 중인 한 수험생은 “전체적으로 모든 영역이 다 어렵다고 느꼈다”며 “특히 국어 비문학 지문 내용이 까다로워서 시간을 오래 사용했다”고 말했다.

실력 차가 나는 수학에서 문이과 통합으로 문과생이 상위 등급을 받기가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막기 위해 복잡한 계산식으로 보정점수를 도입하면서 성적 예측도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는 영어 1등급 비율이 12.7%에 달할 정도로 쉽게 출제되면서 문과생에게는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올해는 영어 1등급 예상 비율이 6~7%로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영어 덕을 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졌다.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분석에 전문가들은 수시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뿐더러 통합형 수능에서 매년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를 두고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학은 문·이과 실력 차이가 분명히 나는 과목”이라며 “수시 추가 합격자가 많아지고, 모집에서 채우지 못한 인원을 정시로 넘기는 수시 이월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문과생 불리가 불가피한 점을 고려해 교육당국이 각 대학에 문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낮췄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문과생 불리가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학력기준을 무작정 낮추기도 힘들다는 반론과 맞서고 있다. 중부대학교 송명호 교수는 “문이과 유불리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수학 공통과목이 어렵게 출제됐다고는 하지만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이 우위에 있는 점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교육당국이 이를 해결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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