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대전 서구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정유정. 대전 서구 유튜브 방송화면 캡처

작가에게는 자기가 묘사하고자 세계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한 이는 타인 역시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정해야만 와 닿는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완전한 행복’의 작가 정유정이 행복에 대해 고찰한 이유이기도 하다.  

23일 대전 서구에서 2021 힐링 북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그 일환으로 마련된 작가와의 만남 코너는 '완전한 행복'의 정유정 작가에게서 작품 이야기를 듣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다독자 가족 시상, 시 낭송 등으로 진행된 개막식이 끝나고 모두가 기다리던 정유정 작가가 무대에 올랐다. 

이날 정 작가는 그가 지난 6월 발표한 ‘완전한 행복’의 핵심 키워드로 ‘나르시스트’와 ‘행복’을 꼽으며 작품 설명을 시작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데 2, 3년이 걸린다는 정 작가는 항상 집필을 마치기 몇 개월 전에 다음 작품에 대한 최초의 아이디어를 잡는다. 앞서 말한 두 키워드 역시 전작 ‘진이, 지니’ 작업 중에 나왔다.  

당시 끊임없이 글을 쓰는 데 진력이 났던 그는 인생 최초로 소셜네트워크를 탐방하던 중 자기애에 대해 고찰하게 됐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처음에는 신났지만 점점 우려가 됐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고 세상의 중심이니 찬사를 해 다오’ 이런 게 느껴지는데, 이것이 집단자기애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그는 사회가 행복에 대한 강박을 가지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됐다. 정 작가는 “세상이 자존감을 높여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불편했다”며 “높은 사람은 높은 사람대로, 낮은 사람은 낮은 사람대로의 장점이 있는데 왜 사회는 낮은 사람에게만 일방적으로 강박을 주냐”고 서술 동기를 밝혔다.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그는 쓰고자 하는 이야기 전체를 한 줄 문장으로 요약했다. ‘완전한 행복’의 경우 ‘완전한 행복을 꿈꾸는 한 나르시스트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제거하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큰 줄기와 극단적 나르시스트인 주인공 ‘신유나’가 탄생했다.

핵심 키워드가 ‘나르시스트’와 ‘행복’이었던 만큼 행복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끝없이 고찰한 결과 정 작가는 “행복은 목적이 아닌 이상을 향해 나아갈 때 순간순간 얻어지는 기쁨과 감정적 경험이다. 인생의 목적은 내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정 작가는 3인칭 시점을 고수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의 목적 때문에 유나의 시점에서 서술하지 않았다”며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에 대한 목적에 따라 이야기의 형식이 정해진다. 나르시스트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누구에게나 단점은 있다. 이를 인정해야만 건강한 자아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 건강한 자존감의 경우 조그마한 것이라도 용기를 내 손에 쥐어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는 “저는 행복을 덧셈이라고 생각한다. 순간순간 행복한 순간이 왔을 때 그걸 마음 속 깊이 소중히 간직하면 굳이 행복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지 않아도 풍요로운 삶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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