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방에 앉아 있으면서도 초조해지지 않는 것,

연애의 틀 밖에서도 안락과 위로와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 내가 가진 자원만으로도- 나라는 사람, 내가 하는 선택만으로도- 고독의 어두운 복도를 끝까지 걸어서 밝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

게다가 '명랑한 은둔자'라니, 코로나시대가 오고 나서 저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은둔자'이지만 '명랑하다'니, 이처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어쩐지 캐럴라인은 내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녀가 친구처럼 느껴졌다.

우울해서 집에 머무는 게 아니고, 나는 집 안에서도 부지런히 살며, 명랑하다는 걸 누군가 대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캐럴라인, 그녀의 글은 훨씬 더 섬세하고 깊은 감정의 밑을 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그녀의 감정에 동화되었고, 그 감정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깊고 아파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의 뒷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정말 긴 호흡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때로는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 벅차고 힘들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그녀가 정말 대단하고 용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정말 강하다. 중독을 이겨냈다는 것에서도 그렇지만,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깊이 있게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 스스로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자신의 불안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는 이런 감정이 있어, 그래서 이 부분이 불편해, 오늘은 그런 밤이야. 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건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녀의 책은,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있으면, 마치 내 마음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를 놓는 기분이 든다. 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의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걸 도와주는 것 같다. 발견하면 아프고, 덮어뒀다가 다음 장에서 다시 시작하는 거다. 살면서 반드시 모든 불안과 아픔을 헤집듯이 정리하고 지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성장한 만큼, 아주 작은 성장이라 하더라도 내 마음의 어두운 부분에 불을 밝혀가는 사람이라 믿으니, 오늘도 오르내리길 반복하면서.

나는 마음으로 얼마나 깊이, 멀리까지 갈 수 있을까. 그녀가 말하는 '명랑'이 나의 불안과 우울에서 일종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을 포함하는 일이라면, 나는 '명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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