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트린 제르보 외 '한눈에 보는 와인'

고급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와인. 긴 데다 발음까지 난해한 이름이 많고 가격대의 폭이 넓어선지 진입장벽이 높다 여겨지기도 한다. 

'한눈에 보는 와인'은 와인이 포도밭에서부터 잔에 담길 때까지의 여정에 독자를 끌어들인다. 와인 초보자든 애호가든 볼륨 있는 일러스트와 친근감 있는 화법을 지닌 이 책은 와인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물어 와인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우선 와인의 전반적 이해를 위해 와인의 성분과 전 세계의 와인, 와인의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형태의 보틀과 마개를 소개받을 수 있다. 샹파뉴에서 코르시카까지, 세계의 포도 재배지도 빠지지 않는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포도가 와인으로 변신하는 과정, 포도밭의 생명주기와 땅의 역할,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배울 수 있다.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적절한 와인을 선택하는 법, 와인 서빙과 테이스팅·보관법, 적절한 안주를 고르는 법도 수록됐으며 와인과 관련된 오해나 편견, 자주 발생하는 실수들과 세계의 특별한 와인 산지, 특이한 와인 양조 방식들도 모여 있다. 

와인을 좋아하지만 와인에 대한 지식은 없는 이, 그림 위주의 쉬운 공부가 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책이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이 친절한 와인 가이드와 함께라면 더이상 와인 앞에서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2. 에이미 스튜어트 '술 취한 식물학자' 

술은 식물에서 왔다. 우선 사케는 쌀로 만든다. 와인은 포도, 스카치는 보리, 테킬라는 아가베, 럼은 사탕수수, 버번은 옥수수로 만들 수 있다.

가드닝 칼럼니스트인 저자 에이미 스튜어트는 '모든 술은 식물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식물학은 물론 생물학과 화학, 술을 즐겨 온 인류의 문화사까지 동원해 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각종 작물, 허브, 꽃, 나무, 열매, 균류를 동원해 독창적인 영감과 필사적인 노력으로 술을 빚어온 인류의 역사는 실로 경이롭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마시는 술의 탄생 비화를 천천히 되짚어가고자 한다. 무려 160여 종의 식물이 등장하며 50가지가 넘는 칵테일 레시피가 담긴 이 책에는 술의 재료와 칵테일 장식으로 쓸 수 있는 식물을 직접 재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까지 포함한다. 각종 식물의 분류표, 그림과 단면도 등 정성이 가득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저자가 술과 식물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아간다는 건 기쁜 일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술은 분명 그 전과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무작정 들이키기 전 한 번쯤 이 책을 안주 삼아 보자. 술이 진열된 선반에 꽂아놓아도 좋다. 
 

 

3. 클레어 버더 '술 잡학사전'

소주, 맥주, 막걸리나 위스키 같은 양주가 술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중에 판매되는 맥주만 수십 종이 넘어간다. 

몇십 병은 되어 보이는 주류 코너 앞에 설 때나 레스토랑의 메뉴판에서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몰랐던 경험이 있는 어른이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매년 새로운 술이 개발되며 입맛에 맞는 술을 찾아 마시는 데도 꽤 품이 들게 됐다. 와인 한 병을 고를 때도 그렇다. 예전에는 '고기 요리에는 레드, 해산물 요리에는 화이트' 같은 단순한 공식만으로 충분했지만 지금은 그 한 문장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사케의 다이긴조는 뭐고 긴조는 또 뭔지, 진과 보드카는 뭐가 다른 건지… 누군가는 술 마시는 데 별 걸 다 알아야 한다고 불평할지도 모르지만 선택의 기로 앞에서 갈팡질팡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지식은 필요하다. 그리고 다행이도 그런 지식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책이 있다.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자카야에서 골라야 하는 사케는 또 어떤가? 와인 리스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사케 리스트를 보면서 다이긴조나 긴조가 뭔지 몰라 난감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진과 보드카의 차이를 몰라 아리송했던 적은? 술 마시는 데 별걸 다 따져가며 마신다고 불평하다가도, 선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세계에서 살아가자니 기가 죽기 십상이다. 하지만 걱정 말자. 술을 즐기며 마시는 걸 돕기 위한 책이 나왔다.

'술 잡학사전'은 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기쁨을 알게 해주기 위해 쓰였다. 술의 역사, 조주법, 그리고 술 특유의 매력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겼다. 즐겨 마시는 술의 배경지식은 물론 페일 에일과 필젠 맥주 사이의 차이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에서 중요한 모임을 가질 때 분위기와 요리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방법도 수록됐다. 

특히 술의 제조부터 술을 마실 때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그림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 최대 장점. 술의 양조 과정과 등 글자로만 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과정을 최대한 단순화시킨 그림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4. 서유구 외 '조선셰프 서유구의 술 이야기' 

'조선셰프 서유구의 술 이야기'는 33가지 전통 술을 복원해 수록한 책이다. 술과 함께 먹으면 좋은 소박한 음식과 현대한 전통술도 소개된다.

'정조지'는 식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기록한 백과사전으로  요리법뿐만 아니라 각종 과학 서적과 의학 서적을 토대로 음식의 재료부터 효능, 상생 및 금기까지 자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조선셰프 서유구의 술 이야기'는 이 정조지의 표점 원문·번역문과 이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레시피, 음식을 복원하면서 발견한 팁·조리 방법, 영양 효과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술에 담긴 저자의 마음을 시로 적어 풍류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서유구는 술의 의미를 음료 한 가지로 단정하지 않는다. 그는 여러 측면에서 살펴 장점을 알리고 술이 가진 단점을 잘 알아 조심할 수 있도록 배려할 뿐만 아니라 술의 시원과 역사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술의 총론, 술을 잘 빚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누룩을 잘 다루는 방법, 술을 빚는 여러 가지 방법을 함께 소개한다.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잘 빚은 술의 향기는 천 리를 가며 아름다운 사람의 진실한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이 책에는 우리의 전통 술을 복원한 과정은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고자 했던 서유구 선생의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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