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학생 방역 빨간불...사각지대 여전
대전 학교 방역 빨간불...사각지대 여전

지난 주말과 휴일 대전 한 태권도장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다. 어린이·청소년들이 많이 다니는 시설이기에 학생 간 n차 감염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이에 2학기 전면등교를 앞두고 체계적인 대응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태권도학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68명이 발생했다. 해당 태권도장은 3밀(밀접·밀집·밀폐) 시설이었음에도 에어컨 가동으로 인해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원장의 양성 판정 이후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과 초·중학교, 학부모 사이에서 연쇄 감염이 계속되자 교육 당국은 확진자가 나온 학교와 인접한 학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시교육청은 학원·교습소 종사자에게 PCR 검사를 독려하고 오는 26일부터 전체 학원강사와 과외 교습자를 대상으로 백신 자율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특히 서구 학원·교습소 1405곳에 휴원을 강력히 권고했고, 감염이 발생한 학원·교습소 16곳에 대해서 내달 2일까지 2주간 집합 금지를 요청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초등학교는 오는 23일까지 원격수업에 돌입했으며, 인근 학교들은 추가 확진자 발생 여부에 따라 비대면 수업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다. 최근까지 대면 수업을 진행했던 터라 학교 내 감염 확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A 초등학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원격수업 전환을 결정했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방역 및 출입 명단 관리에 더욱 신경쓰겠다”고 전했다.

한편, 시교육청 현행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태권도장의 경우 학원이 아닌 실내체육 시설로 분류돼 구청 관리 대상으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태권도장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골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여름방학과 2학기 전면등교 전 방역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감염 전파가 나왔다”며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발생한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선제 전환했고 관련 확진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 고삐를 조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생 간 n차 감염에 대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시점에 학교 현장에서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그 결정 권한은 각 학교장 손에 쥐어졌고, 일각에서는 방역 전문가가 아닌 학교장이 이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꼬집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관계자는 “IEM국제학교, 동구 가양동 보습학원 집단 감염 사례가 있었지만, 또 학생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며 “담당 기관이 감염병 전담팀을 꾸려 학생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학기 전면등교로 학교 문이 활짝 열리길 기대했던 학부모들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당장 방학이 시작되면 학원, 긴급 돌봄 등에 아이들을 맡겨야 하는데 학생들이 학원을 오가며 감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42·대전 유성구)는 “아이를 학원에 맡기려니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방학 기간 아이를 당장 보낼 곳도 없어 휴직을 고민하고 있다. 2학기 전면등교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방학을 앞두고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방역체계가 확립되지 않으면 학교·학원에서 연쇄 감염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마다 다른 대응체계도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 교수는 “방역과 일상복귀를 모두 잡으려다 긴장감이 풀린 탓에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며 “교육 당국에서 현 상황을 좀 더 엄중하게 인식해 일관성 있는 코로나19 확산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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