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여성도서관
제천여성도서관

충북 여성전용 도서관에 대한 젠더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천여성도서관 남성 출입 허용 문제가 대두되면서 여성과 남성 간 갑론을박이 벌어진 거다. 

제천시는 지난 1일부터 남성에게도 제천여성도서관의 2층 출입을 허용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사안을 따르게 된 건데 이에 따라 지난 1994년부터 여성 출입만을 허용했던 해당 도서관에 남성도 출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공부방인 3층 행복열람실은 여전히 여성만 출입할 수 있다. 

이후 논란은 본격화됐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천여성도서관의 남성 도서 서비스의 중단, 폐지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기증자(故김학임 할머니)의 설립 의의를 언급했다. 청원인은 "과거 여성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던 교육의 기회를 해소시키기 위해 설립된 곳"이라며 "남성차별이라는 이유로 설립의의는 모조리 무시한 채 남성 도서 서비스 이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을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학임 할머니는 시민들과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을 기증한 것이지, 여성 도서관을 원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도서관 부지 기증자인 고 김학임 할머니의 과거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삼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 할머니의 과거 언론 인터뷰를 살펴보면, ‘여성도서관’에 대한 언급은 특별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할머니는 인터뷰에서 “‘어린 사람들’이 더 많이 배우고 올바른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며 “굳이 도서관 부지로 기증한 이유는 교육보다 더 좋은 재산은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충북 MBC가 공개한 생전 인터뷰에서도 김 할머니는 ‘도서관을 여학생용으로 지어달라고 하셨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 아니에요. 그거(기사) 잘못 썼습니다. 왜 여학생만 해요. 여학생 얘기도 안 했어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도서관 건립이 추진될 당시 논의 과정에서 여성 도서관에 대해 기증자 또한 동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992년 당시 건립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규모가 작다면 여성도서관이라도 건립해달라"는 故 김학임 할머니의 의견이 명시돼 있다는 게 도서관 측 의견이다. 

기증자의 설립 의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보니 이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종결되지 않고 있다. 우선 도서관 측에선 시대적 변화 흐름에 따라 남성 출입이 기증자의 의도에 크게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 남성 개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제천 시민 A 씨는 “여성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성범죄에 노출돼 있는 만큼 여성 도서관을 필요로 한다”며 “여성도서관의 의의를 해치는 남성 출입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천 시민 B 씨는 이와 반대로 “성평등을 강조하는 시대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 공간이 부족한 제천시에 여성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 문제”라며 “3층 공부방까지도 남성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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