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웃도는 초여름더위가 시작된 가운데 8일 대전 서구 만년뜰작은도서관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이 책을 읽고 있다.  전우용 기자
30도를 웃도는 여름더위가 시작된 가운데 대전 서구 만년뜰작은도서관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이 책을 읽고 있다. 전우용 기자

장마가 물러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무더위를 잠시 쉬어가는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찾아왔지만 올 여름은 어디론가 떠나기보다는 ‘홈캉스’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지난 2018년 이후 최고의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실제 7월의 끝자락으로 갈수록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예보를 하면서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것이 낫겠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굳이 기상청의 예보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마땅히 갈 곳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폭염과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올 여름 피서 계획을 ‘떠나기 보다는 머물기’로 선택하고 있는 만큼 슬기로운 ‘홈캉스’를 즐기기 위해 좋은 책 한 권 읽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은 서점가는 최근 다양한 소설과 에세이를 진열대 앞 쪽에 배치하며 ‘홈캉스족’을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쉼표’가 어울리는 시기인 만큼 딱딱하고 무거운 책보다는 편하게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 독자들의 구미를 더 당길 수 있기 때문.

실제, 최근 서점가는 국내는 물론, 영미와 유럽권의 유명 작가들이 줄줄이 신간을 쏟아내고 있다. 소설은 역사와 미스터리·SF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이 서점가에 비치되고 있으며, 에세이 역시 주제와 구성을 다양하게 꾸민 작품들이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휴가철에 맞춰 출간된 외국 소설 중에는 노벨문학상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이자 유고작인 ‘스카이라이트’가 눈에 띈다. ‘스카이라이트’는 1940년대 후반 리스본의 어느 임대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로,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독재가 계속되던 시절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또, 독일 작가 다니엘 켈만의 ‘틸 : 줄 위의 남자’와 스웨덴 작가 스테판 안헴의 ‘얼굴 없는 살인자’가 주목을 끈다. ‘줄 위는 남자’는 전쟁과 전염병이 휘몰아친 절망의 시대를 산 틸의 생애를 따라가는 모험 소설이며 ‘얼굴 없는 살인자’는 무더위에 서늘함과 오싹함을 느끼게 해주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국내 작품들도 속속 서점가에 등장하고 있다.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이 지난 달 초 출간 이래 한 달 넘게 소설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윤성희(날마다 만우절), 권비영(하란사), 김유원(불펜의 시간), 곽재식(ㅁㅇㅇㅅ) 작가 등이 신간을 출간하고, 폭염 속 독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도 서점가 한 코너를 장식하고 있다. 이슬아·남궁인의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와 슬릭·이랑의 ‘괄호가 많은 편지’,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의 신간 에세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유희경 시인의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은 등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위한 책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는 최근 여름방학에 맞춰 교육 현장의 교사, 사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이달의 새 책’을 소개했다. 

도서추천위원회는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읽을만한 좋은 문학 작품으로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갑자기 악어 아빠’, ‘스타게이징’, ‘소h 원을 들어드립니다, 달떡 연구소’ 등을 추천했다.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는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중학생 은수의 성장과 치유가 담긴 따뜻한 이야기며, ‘갑자기 악어 아빠’는 회사 일로 바쁜 엄마를 둔 윤찬이·윤이 남매에게 평소 잔소리만 하던 아빠가 갑자기 악어로 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어 ‘스타게이징’은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그래픽노블로 중국계 미국인 크리스틴과 또래 친구 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 담겨 있으며,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달떡 연구소’는 상상 속의 옥토끼와 인간의 우정을 그린 아름다운 이야기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A씨는 “한참 전에 아이들과 올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고 숙소를 예약했었는데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가족회의를 통해 올해는 집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책을 읽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하기로 했다”며 “올해는 시원한 음식을 먹으며 집에서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휴가 계획을 취소했다는 B씨도 “친구들과 휴가 일정을 맞춰 여행을 떠날 생각이었지만 폭염에 코로나19까지 도저히 멀리 떠날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올해는 친구들에게 읽을만한 책을 선물해 집에서 책이날 읽으라고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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