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점 인증제’라는 제도가 있다. 대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도서시장 활성화로 침체된 지역서점을 돕고 지역 내 독서문화를 활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서점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점에 대한 인식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시에서는 지난달 관내 서점 93곳을 선정, 인증을 완료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앞으로의 길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 뉴스앤북이 지역서점 인증을 받은 93곳을 찾아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동네의 유일한 서점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대다. 많은 수의 서점주들이 가계 유지가 힘들어 업계를 떠나는 요즘 매출이 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6년 동안 책만 바라본 이가 있다. 유성구 송강동 '태경문고'의 신희재 대표와 책방생활 이야기를 나눠 봤다. 

신 대표는 서점을 열기 전부터 책을 가까이했다. 직장생활을 할 당시 고객들에게 책을 선물하곤 했고 그러다 보니 자신도 자연스레 책을 많이 읽게 됐다. 그는 “책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저 사람이 나를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 보는구나’ 싶었는지 좋아하곤 했다”며 “어떤 사람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실까 하고 많이 읽었다”고 기분 좋게 추억했다. 

‘일할 수 있는 자리와 어느 정도의 소득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6년 전 서점 운영을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는 모두 그를 말렸다. 예전보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게 된 만큼 서점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그는 뚝심 있게 바라던 대로 서점주가 됐다. 

 

신희재 태경문고 대표. 안민하 기자

 

예상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익 욕심 없이 생계유지만 되길 바랐지만 그조차도 어려웠던 것이다. 첫 시도로 서구 탄방동에서 운영했던 대형서점은 가계 유지가 어려워 2년 만에 그만뒀고 그렇게 끝내는 게 아쉬워 차린 북카페도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에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태경문고다. 그는 “은퇴를 할까 했지만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이게 내 마지막 업이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새 서점을 열었다 해서 형편이 어려운 현실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그나마 참고서 쪽에서 매출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조차 잘 팔리지 않는다. 그는 ”3분의 1 정도가 참고서고, 3분의 2가 일반도서인데 안 팔렸다"며 "이제는 학생이 줄고 시험을 안 보고 하니 문제집도 팔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그에게는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민들이다. 특히 개업 첫날 커피를 들고 찾아온 아주머니가 강하게 떠오른다. 신 대표는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커피 200개들이를 가지고 오셨는데 누군지 도저히 기억이 안 났다”며 “죄송한데 누군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하시는 말씀이 ‘우리 동네에 서점 해주시는 게 너무 고맙다’였다”고 소탈하게 웃었다. 

그 외에도 1년에 몇 번 지나가며 서점이 아직 문을 열고 있나 보는 할아버지, 인터넷에서 5%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데도 태경문고를 이용하는 근처 도서관 등 동네서점을 걱정하고 애정하는 주변인 덕에 신 대표는 매일 서점 문을 연다. 그는 “경제논리로 생각하면 당장 접어야 한다”면서도 “서점을 연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서점을 오픈했던 책임감 때문에 쉽게 접히지가 않는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나마 최근 지역 서점업계에 희망이 보이는 점이 그에겐 다행이다. 지역서점인증제가 시행되며 조금이나마 관내 서점을 돕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도서관 같은 데 책을 판매할 때 무조건 입찰을 해야 한다. 사업자 등록만 하면 자격이 되기 때문에 서점이 아닌 데서도 입찰을 했는데 그런 부분이 걸러진다”며 “일부 학교에서도 지역인증이 된 서점에만 자격을 주니 전체적으로 좀 낫다”고 호평했다. 

송강동을 서점이 있는 동네로 가꾸기 위해 그는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태경문고를 지킬 예정이다. 그는 “지역서점을 이용해주시는 게 감사하다. 다른 것은 없다. 그냥 오시는 분들하고 소통하는 게 힘”이라고 기운차게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