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린 가운데 휴일인 28일 대전 유성구 한 서점에서 마스크를 쓴 형제가 책을 읽고 있다. 전우용 기자
대전 유성구 한 서점에서 마스크를 쓴 형제가 책을 읽고 있다. 전우용 기자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이제 이런 말도 요즘 세상에는 맞지 않는 식상한 말인 듯싶다. 한여름 무더위가 지나고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언덕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책을 읽는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에나 어울리는 장면이 돼 버렸다. 

요즘은 도서관이나 서점, 카페 등 얼마든지 쾌적한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장마가 시작된 7월을 맞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는 ‘7월 추천도서’ 7종을 발표했다. 

출판수요 확대 및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책나눔위원회는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 ▲그림책·동화 ▲청소년 등 7개 분야의 도서를 매달 추천사와 함께 소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달에는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김혜진, 원더박스, 2021) ▲내 마음 ㅅㅅㅎ(김지영, 사계절, 2021) ▲자본주의 할래? 사회주의 할래?(임승수, 우리학교, 2020) ▲혼자의 넓이(이문재, 창비, 2021) ▲무당과 유생의 대결: 조선의 성상파괴와 종교개혁(한승훈, 사우, 2021) ▲상징권력과 문화: 부르디외의 이론과 비평(이상길, 컬처룩, 2020)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 일상을 만든 테크놀로지(최형섭, 이음, 2021) 등 총 7종의 서적을 선정, 발표했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는 지난 2012년 중학교 국어교사인 저자 김혜진씨가 전쟁의 혼란 속에 가족이 난민이 될 처지에 놓인 시리아 청년 압둘와합이 만나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해 ‘헬프 시리아’라는 단체를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시리아인 압둘와합을 통해 시리아의 역사, 전쟁, 문화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내 마음 ㅅㅅㅎ’는 김지영 작가의 그림책으로 자음 ‘ㅅㅅ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단어들을 떠올리게 한다. ‘시시해, 수상해, 섭섭해, 속상해’ 등은 김지영 작가의 그림책 속 어린 중인공이 만든 단어들로, 아이의 넓은 상상의 세계는 ‘소소해’로 시작해 ‘신선해’를 거치더니 드디어 자음을 비틀어 세상이 ‘궁금해’, 맛있는 것을 ‘냠냠해’로 나간다. 이어 ‘씩씩해’지고, 결국 ‘쌩쌩해’에 이른다. ‘시시해’에서 시작해 자기 힘으로 결국 ‘쌩쌩해’에 이르러 읽는 사람이 아이를 응원해주고 싶게 만든다.

‘자본주의 할래? 사회주의 할래?’는 서로 다른 성격과 상황, 공동체 운영방식과 구성원들의 갈등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어느 시대, 어떤 국가도 자유로울 수 없는 ‘돈’과 관련된 고민과 걱정, ‘개인’과 ‘사회’가 가중 중요하고 심각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해준다.

이문재 시인의 시집 ‘혼자의 넓이’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세상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시집을 통해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여행을 가지 못해도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체념이 커질 때, 누군가와 무엇을 같이 했던 기억들이 사라지려고 한다, 혼자인 게 자연스럽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데 이토록 익숙해진 적이 있었나, 라는 물음을 던진다.

‘무당과 유생의 대결: 조선의 성상파괴와 종교개혁’은 조선사회의 유교화 과정을 종교사적인 관점에서 우상파괴 및 성상파괴의 기획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책으로, 500년의 역사 동안 조선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유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한국 사회의 종교성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수천 년을 이어왔다는 점에 주목하며, 조선의 종교사가 유교와 무속의 이중구조를 띠게 된 것은 바로 무속 의례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상징권력과 문화: 부르디외의 이론과 비평’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예술에 대한 논의를 쉽게 풀어 낸 책으로 ‘있어 보이기’ 위한 과시적 문화예술 활동을 넘어 자기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주체적인 미적 취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평론가들은 이 책에 대해 경제력과 권력의 지배 밑에 숨어있는 문화자본과 상징 권력의 부드러운 지배를 폭로하고 세상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려는 문화예술인들에게 필독서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 일상을 만든 테크놀로지’는 읽다 보면 과학기술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책으로,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쩌면 과학이라기보다는 기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술은 과학뿐 아니라 인간의 욕망, 생활, 사회의 구조, 경제 등의 영향을 깊이 받으며, 또 역으로 이러한 욕망과 사회생활에 심오한 변화를 촉발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시민 김범태씨는 “사실 책을 읽고 싶어도 무슨 책을 읽어야하는지 선택에서부터 큰 고민이 된다”며 “하지만 각 분야별로 추천하는 책이 있어 한결 책 고르기가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 유정화씨는 “코로나19도 문제지만 7월 더위와 함께 장마가 시작되면 밖에 나가기가 더 싫어진다”며 “올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 독서로 무료한 시간이 보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7월의 책을 선정한 책나눔위원회는 정수복 위원장(사회학자/작가)을 비롯, 권복규(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류대성(작가), 조경란(소설가),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표정훈(평론가) 위원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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