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1주년] 인민군 공격 뚫고 나라 구한 '철도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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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1주년] 인민군 공격 뚫고 나라 구한 '철도유공자'
  • 안민하 기자
  • 승인 2021.06.25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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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현재영 부기관사 아들 현은용 씨
세상에 철도유공자 존재 알린다는 꿈
"'딘 장군' 민주시민교육에 활용할 것"

6·25전쟁 71주년을 맞아 오늘날 총칼 대신 열차 조종간을 잡고 분투한 이들이 있었음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국군을 도와 불철주야로 운송작전을 수행했던 철도유공자들의 분투가 좀처럼 조명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고(故) 현재영 부기관사의 아들 현은용 씨가 아버지와 철도유공자들의 공로를 세상에 알리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故) 현재영 부기관사의 아들 현은용 씨. 전우용 기자

 

"저는 1950년 7월 19일 윌리엄 딘 소장 구출작전을 위해 자원해 출전하신 고 현재영 부기관사의 아들 현은용입니다."

현 씨는 그날의 일을 꼭 눈으로 본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7월 19일 미군 특공대원 30여 명을 태운 미카 3형 129열차가 충북 옥천 이원역에서 출발한다. 대전을 방어하는 중 인민군에게 포위당한 미군 제24보병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특공대를 대전역까지 수송하기 위해 선뜻 자원했던 이들이 바로 당시 대전철도국 소속이던 김재현 기관사, 황남호 부기관사, 그리고 현 씨의 아버지 현재영 부기관사다. 

그들은 인민군의 맹렬한 공격을 뚫고 대전역에 도착했으나 딘 소장의 행방을 찾지 못해 구출작전은 실패했다. 후퇴를 결심한 열차가 판암동을 지나갈 때 매복해 있던 인민군의 집중 사격으로 특공대원들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김재현 기관사는 그 자리에서 총탄 8발을 맞고 순직했으며 황남호 부기관사가 그를 대신해 열차를 몰고 사지를 빠져나왔다. 현재영 부기관사는 목숨은 건졌지만 팔에 큰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현 씨의 아버지는 부상으로 네 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 한국철도공사 대전청에 복직, 전국에서 48번째로 무사고 100만km 기록을 달성했지만 오래도록 후유증에 시달렸다. 현 씨는 "아버님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 눈이 올 때마다 수술받은 오른쪽 팔이 저리고 쑤시다고 호소하셨다"며 "자원을 안 하셨으면 심신의 불편 없이 안락한 생활을 누리셨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아들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자랑스러움이 더 크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현 씨는 "아버님은 진정한 애국자, 진정한 영웅"이라며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헌신, 봉사, 애국하는 마음을 생활 모토로 삼고 있다"고 가슴을 활짝 폈다.

2010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아들에게는 유독 애상에 빠져들게 하는 물건이 있다. 그가 조심스레 꺼낸 것은 '딘 장군'이라는 낡은 만화책이었다. 

 

 

'딘 장군'은 윌리엄 딘 소장과 그 구출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무려 49년 전인 1972년 출간됐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던 중 머리를 식힐 겸 갔던 2층 서점에서 발견해 구입하고 지금까지 보관했다"며 "아버님이 나올지 몰랐는데 하권 첫 페이지 등장인물을 딱 보고 '아이고, 아버님 나오시네' 했다. 독서실 친구들에게도 다 보여줬다"고 추억에 잠겼다. 

세월의 흐름에 책은 만지기만 해도 바스러지는 위태로운 상태지만 최근 대전 동구청의 도움으로 소실에 대한 걱정은 덜었다. 구 기획공보실 직원들이 원본을 한 장 한 장 촬영해 영인본을 제작, '딘 장군'에게 새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는 "거의 50년 된 만화책을 새 책으로 제작해 준 황인호 청장, 공보실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활짝 웃었다.

 

현은용 씨가 '딘 장군' 원본과 동구청에서 제작한 영인본을 들고 있다. 전우용 기자
'딘 장군'의 영인본. 전우용 기자

 

민주시민교육 특별전문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현 씨는 이 책을 학생들의 교육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관련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면 학생들이 더 큰 감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그는 "전쟁 중 약 1만 9300명의 기관사들이 군 병력과 전쟁물자 수송작전에 참가해 군인, 경찰 다음으로 많이 순직했지만 슬프게도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잊혔다"며 "전쟁이 일어난 배경,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고 국민이 있어야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자료라 생각한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1995년이 돼서야 참전 철도인들이 유공자로 선정이 돼 늦은 감이 크다"며 "7월 15일 대전 동구에서 6·25전쟁 참전 철도유공자를 기리는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철도인들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바랐다. 

안민하 기자 minha96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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