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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시인
이복현 시인

시를 인생의 중심을 세워주는 등골과도 같은 절대적 지주, 동반자로 느끼며 사는 사람이 있다. 이복현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 시인은 많은 모더니스트 시인들처럼 병든 다리를 내놓고 구걸하지 않는다. 불안과 절망으로 세계를 채색하지 않고, 따뜻한 환대의 세계를 소환해낸다.

특히 근대성이 인간과 세계, 인간과 자연 간의 투쟁, 정복과 지배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그의 시 세계는 비(非)근대 혹은 반(反)근대적이다.

어두워진 존재의 주름에 빛을 밝히는 이 시인의 희망찬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 시인의 시집 '한쪽 볼이 붉은 사과'
이 시인의 시집 '한쪽 볼이 붉은 사과'

◆ 어렸을 적 꿈꿨던 문학인의 꿈

 이 시인은 초등학생 시절 우연히 타고르의 시집 ‘기탄잘리’를 만나 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혈혈단신으로 삶이라는 정글을 극복한 그다.

이후 꾸준히 습작을 이어갔고 지난 1994년 등단해 28년째 시와 시조를 발표하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 교내 대회에서 시로 최우수상을 받으며 문학인에 대한 꿈을 키웠다. 하지만 사회 여건이 어려워졌고 현실에 부딪혀 잠시 시의 품을 떠나기도 했다.

그는 “청년 시절 생계를 위해 시 쓰기를 멈췄어요. 그러던 중 한 문인의 청탁을 받아 시를 발표했고, 몇몇 문예지의 요청으로 자유시를 계속 쓰면서 지금에 오게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 삶에서 시란 지친 세포들을 일깨우는 호흡과 같고, 피돌기와 같죠.”라며 시와의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단상을 메모하는 습관으로 시를 완성해나간다. 시상이 떠오르면 자다가도 일어나 그 단어들을 놓치지 않는다. 본능적 촉수에 의한 행동이다.

그는 “특별한 시상 발현의 시간은 따로 없어요. 시적 단상이 떠오르면 즉시 적어 그것을 골간으로 시를 완성하죠.”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인은 시적 대상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먼저 파악하기보다 대상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적 기교, 즉 시가 미학적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시로 보이도록 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시인은 “시적 용어가 관심과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핵심은 시가 품고 있는 의미와 정신적 가치, 쓰이고 읽히는 가치적 목적이 필요해요. 달리 말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줘 정신세계와 삶을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한다 생각해요.”라며 가치관을 설파했다.

◆ ‘한쪽 볼이 붉은 사과’로 전한 시의 의미

이 시인의 순수한 문학열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 세 번째 시집 ‘한쪽 볼이 붉은 사과’를 21년 만에 펴내며 독자들과 재회했다.

출간 소감을 묻자 그는 “무려 21년 만에 내는 시집이라 기쁘기도 하지만 출간 후 시집 속의 제 시를 돌아보니 아직도 한없이 부족한 것 같아요. 좀 더 충실한 내용을 담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죠. 앞으로 더 깊이 사고하고 응축하며 낯설고 새로움을 더하는 시를 써야겠다 느꼈습니다. 시적 바탕을 꼼꼼히 점검해 시의 밭을 잘 일궈야겠죠.”라고 말했다.

‘한쪽 볼이 붉은 사과’에서 사물과 사람들은 따로 놀지 않는다. 그것들은 밀어내지 않고, 접속하며, 서로에게 스며든다. 이 시인은 ‘한쪽 볼이 붉은 사과’에서 생명의 소중함, 존재의 깊은 의미를 깨닫고 찾아가며 자연, 사물에 대한 물아일체, 공생·공존의 정신을 피력한다.

그는 “자연의 개체들이 인간에게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절대적 관계에요. 제 시속에 등장하는 모든 시적 개체, 대상이 되는 자연, 사물들도 언뜻 보면 독자적 생존을 이어가는 것 같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상호작용, 타자의 영향 없이 독존할 수없죠. 사람들이 경쟁·발전하며 자기 생존의 영역을 넓혀 가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공존의 인내와 평화는 필요하단 메시지를 담았습니다.”라고 전했다.

시는 우리 삶에 위안과 기쁨을 주고 독자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은유법이나, 여러 가지 비유, 상징 등을 사용해 정서적 감흥의 진폭을 넓혀 효과적인 문학적 목적을 성취케 하는 게 시다. 그는 “다른 장르의 문학도 매우 소중하지만, 시를 흔히 모든 문학의 정수라고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문학의 아름다운 본질을 보다

이 시인은 문학에 대해 아름답고 순수하지만, 돈과 물질이란 요소에 의해 조금씩 오염되고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문단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봤다. 그래서 더욱 순수한 정신으로 펜을 잡는다. 일부라도 고결한 정신세계에서 일탈하지 않고 꿋꿋이 이겨나갈 수 있길 소망하기 때문이다.

그는 고단함 속에서 문학이 꽃피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며 “그런 의미에서 저는 게으름뱅이에 변명꾼이죠. 그 의미로 저 자신을 호되게 채찍질해서 신작도 많이 쓰고 싶습니다. 훌륭한 작품은 삶의 실제 체험을 통해 건져 올린 것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라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아울러 앞으로 작품 활동에 대해 동심의 세계로도 걸어 들어가 볼까 생각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 시인은 “시 정신은 어쩌면 맑고 깨끗한 아이들 세계에 근접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시도, 시조도 써봤기에, 앞으로는 동시도 써서 자라는 어린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동시집을 펴내고 싶죠.”란 계획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 시인은 시가 가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시를 짓고 시를 읽는 까닭은 우리가 시로 인해 절망하고 괴롭기 위해서가 아니고, 인간의 삶이 행복하고 정신적으로 풍요해지기 위함입니다. 앞으로도 모든 존재의 상효 작용, 교류와 협력, 단순한 동화(同化)가 아닌, 즉 좋은 의미로서의 스밈과 공존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 시가 독자들의 길잡이가 되고, 슬픔에 처한 자에게 위로를 전하며, 절망에 빠진 자에게 실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길 바라요.”란 포부를 밝혔다. 

◆ 이복현 시인은?

이 시인은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이후 동국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연구소 전문분야법학연구과정을 이수한 뒤 현재까지 법무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94년 ‘중앙일보’, 1995년 ‘시조시학’을 통해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열린시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훌륭한 문인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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