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책방생활] 원래의 나로 있을 수 있는 공간, 북카페 '이도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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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책방생활] 원래의 나로 있을 수 있는 공간, 북카페 '이도저도'
  • 안민하 기자
  • 승인 2021.04.24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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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저도 아니어도 괜찮다'
커피 향기와 함께 건네는 위로
"지자체, 지역서점은 협력 관계"

지역서점 인증제’라는 제도가 있다. 대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도서시장 활성화로 침체된 지역서점을 돕고 지역 내 독서문화를 활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서점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서점에 대한 인식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시에서는 지난달 관내 서점 93곳을 선정, 인증을 완료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인 만큼 앞으로의 길을 닦는 일이 중요하다. 뉴스앤북이 지역서점 인증을 받은 93곳을 찾아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대전 유성구 신성동 금성초등학교와 근린공원 사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도저도’라는 서점을 마주칠 수 있다. 어두운 톤의 책장과 가구들로 차분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풍기는 내부, 커피머신과 음료 제조 도구들이 늘어선 카운터에서는 커피 향기가 훅 끼쳐온다. 서점 한가운데 놓인 긴 테이블은 여러 사람이 모여 소통하기 안성맞춤이다. 북카페 공간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이도저도’의 PD 태병권 씨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닉네임은 스스로 정하는 이름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넌저시 알려준다. 다시 말해, 닉네임에는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만한 단서가 담겨 있다. 태 씨가 자기 자신에게 붙인 이름은 ‘태PD’다. 그는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서, 내 삶을 프로듀싱하며 살고 싶어서 PD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태병권 씨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안민하 기자

 

‘이도저도’도 그의 지향점을 대변해 주는 이름 중 하나다. 어느 날 사람에게 무언가 특출나게 잘 하는 것 한 가지가 있을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태 씨는 이 위안을 다른 이들과도 공유하기로 했다. 그는 “이만큼 음악을 좋아하고, 이만큼 책을 좋아하고, 이만큼 운동을 좋아하고, 그 총합이 ‘나’라는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였다”며 “'남들 눈에는 이도저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당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강조했다. 

많은 독립서점 책방지기들은 서점에 들여 놓는 책들을 스스로 고를 수 있다는 점을 독립서점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태 씨도 같은 의견이다. 이도저도의 책장은 그가 좋아하는 장르인 소설과 과학서적들로 풍성하며 한쪽에는 그림책 코너도 마련돼 있다. 그는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거라는 편견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요즘에는 어른들도 그림책을 좋아한다"며 "같은 내용을 보더라도 아이와 어른의 시각이 다르다"고 재밌어했다.   

이도저도는 서점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그의 어릴 적 꿈을 좇은 결과물이지만 이게 공간의 전부는 아니다. 태 씨는 “이도저도라는 서점에 와서 책만 사는 게 아니라 음료도 마시며 대화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카페를 같이 하게 됐다”며 “다양성을 중시하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책을 매개로 자신의 이야기를 편히 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과 다채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연 서점이지만 코로나19는 도무지 반가워할 수 없는 손님이다. 이도저도에서 꾸준히 개최됐던 독서 모임과 태 씨가 직접 만든 음악을 선보이는 '이도저도 음악회'는 방역 문제로 현재 멈춘 상태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공지를 안 올리고 있지만 상황이 좀 나아지면 다시 하고 싶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나마 그는 지역서점인증제의 시작이 좋다는 게 불행 중 다행스럽다고 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지역서점의 가치를 알아 가고 있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서로 조언할 수 있으면 하고 협력할 수 있으면 하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서로 협력관계로서 소통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안민하 기자 minha96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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