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청장이 '구청장님, 책 읽어주세요!' 행사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안민하 기자
박정현 청장이 '구청장님, 책 읽어주세요!' 행사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안민하 기자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안산도서관 어린이자료실은 아이들의 활기로 가득 찼다. 조잘조잘 이어지는 말소리와 까르르 듣기 좋게 울리는 아이들의 웃음은 어른들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를 남긴다.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주간을 맞아 열린 ‘구청장님, 책 읽어주세요’의 풍경이다.

‘구청장님, 책 읽어주세요’는 송촌도서관에서 주관한 행사지만 이동 거리 등 참여자의 편의를 고려해 안산도서관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박정현 대덕구청장, 미얀마 출신 다문화가정 부모, 송촌도서관·안산도서관·신탄진도서관 각 관장 등이 참여해 생기 넘치는 시간을 공유했다.

샛노란 앞치마를 입고 등장한 박 청장의 모습에 아이들의 관심이 쏠린다. 박 청장은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살갑게 인사를 나눴다. '몇 살이냐'는 질문에 한 아이가 '모른다' 대답하자 ‘모름 살?’이라고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띄웠다. 코로나19 방역을 지키느라 모두의 얼굴에 씌워진 마스크는 사람들의 눈까지 번지는 웃음을 가리지 못했다.

“구청장님, 책 읽어주세요!”

아이들이 입을 모아 외치자 책 읽어주기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박 청장이 그림책 ‘굴러굴러’의 첫 장을 펼쳤다. 박 청장이 삽화를 짚으며 생동감 있는 연기를 선보일 때마다 아이들의 눈은 반짝였다. 아이들은 한 권으로 끝나는 게 영 아쉬웠던지 낭독이 끝나자마자 앙코르를 청했다. 흔쾌히 수락한 박 청장은 두 번째 그림책으로 ‘아기똥’을 골라 다시 흥미진진한 구연을 선보였다. 책 읽기를 마친 그는 “요즘에는 아이들 책이 더 재밌다"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어서 즐거웠다. 더 길게 있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청장에 이어 부모가 아이에게 미얀마 어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낯선 타국의 언어로 펼쳐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은 미얀마 어가 신기한 듯 단어의 뜻을 물어보거나 엄마와 함께 낭독을 시도하는 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에 참여한 부모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민하 기자
행사에 참여한 부모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민하 기자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훈훈한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언제든 편하게 들러서 놀다 가라는 송촌도서관 관계자들의 따스한 권유에 참가자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행사에 참여한 빤이이모(28) 씨는 “여기(대덕구)에 사는 언니 가족을 따라 행사에 초대를 받게 됐다”며 “이렇게 참여해 보니 재밌었고 또 오고 싶다”고 즐거워했다.

이날 아이들에게는 '당근 유치원'과 박 청장이 낭독했던 '굴러굴러'가 건네졌다. 송촌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북스타트’를 신청해 제공된 선정도서다. 북스타트는 관내 어린이의 독서 생활을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로 신청자는 일정 주기마다 선정도서 2권, 안내책자, 책꾸러미 가방을 받아볼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직접 방문이 어려운 경우를 고려해 전화나 이메일 신청도 받고 있다”며 “올해는 미취학 아동부터 중학생까지 대상 범위를 넓혔으니 많이 신청해 줬으면 한다”고 소개했다.

 

박정현 청장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대덕구 제공
박정현 청장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대덕구 제공

 

의욕이야 늘 있지만 코로나19로 전처럼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꾸리지 못하는 건 송촌도서관의 큰 고민거리다. 원래 매주 열렸던 아동 대상 독서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된 지 오래다. 1년만에 열린 '구청장님, 책 읽어주세요!'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김종숙 송촌도서관 관장은 "더 많은 아이들이 방문해 책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며 "다시 대면활동을 할 수 있게 됐을 때는 인형극, 공연 등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획 중”이라고 의욕을 내보였다.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