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문 앞에 출입통제 안내문이 배치돼 있다. 안민하 기자
1일 오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문 앞에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배치돼 있다. 안민하 기자

코로나19 거리두기 연장으로 대전 서구는 벚꽃축제를 취소했고 대덕구는 대청호 뮤직페스티벌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등 봄맞이 벚꽃축제가 연달아 무산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자 대학가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방역에 구멍이 생길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대학에선 외부인 출입 규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방문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하 카이스트). 정문으로는 차량과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었다. 곳곳에 배치된 출입제한 안내문은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카이스트는 이달 코로나19 확산방지와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캠퍼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기로 했고 교직원과 학생의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했지만 이날 찾은 캠퍼스에서 실질적인 통제는 없었다. 

아무 제지 없이 안으로 들어서자 캠퍼스에는 운동하는 사람들, 반려견과 산책 나온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벚꽃명소’로 알려진 노천극장이 가까워지자 외부인 수는 급격히 늘어만 갔다. 노천극장 진입로에서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대여섯 명이 셀카봉과 삼각대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 단체 나들이를 나온 가족도 여럿 보였다. 이들은 “여기가 더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며 “다음에 또 오자”고 웃고 떠들었다. 어디에서도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경각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은 SNS에서도 어렵지 않게 관찰되고 있다. SNS 검색창에 '카이스트'를 치면 자동완성으로 '#카이스트벚꽃'이 뜬다. 해당 태그를 달고 올라온 게시물 수는 3000여 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찍은 인증사진이 수두룩하다. 

 

1일 오후 카이스트 안 노천극장 오르막길을 외부인들이 오르고 있다. 안민하 기자
1일 오후 카이스트 안 노천극장 근처에 외부인들이 모여 있다. 안민하 기자

 

재학생들은 매일같이 찾아오는 외부인들이 달갑지 않은 눈치다.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 중인 A 씨는 “피해를 안 주면 상관없지만 몰려들면 좀 그렇다”며 “전에는 외부인 소음 때문에 플래카드가 부착된 적도 있는데 별 소용이 없었다”고 불편해했다. 대학 측에선 효과적인 통제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대학 관계자는 “담이나 철조망이 없어 도보로 넘어오는 사람이 많다”며 “외부인들이 들어와 벚꽃을 구경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의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한 학부모는 "왜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지 방문객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출입통제 안내문을 추가 배치하고 출입통제를 강화하는 등 학교 측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사람들이 경각심을 좀 가질 것 같다"고 제시했다. 

앞으로도 사정은 나아지기 힘들어 보인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일일이 검문을 하면 교통정체가 심해져 차량 통제는 주말에만 하고 있다"며 "도보로 들어오는 사람의 경우 사실상 제지하기 어렵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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