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대전역 중앙시장 안 헌책방거리에 책들이 쌓여 있다. 안민하 기자

대전 동구 중앙시장. 죽 늘어선 상점들과 물건을 사러 온 행인들을 지나 한복거리 방향으로 쭉 걷다 보면 나오는 거리가 있다. 천장까지 빼곡이 쌓인 책들이 시선을 끄는 헌책방거리다. 온라인 서점의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중앙시장의 헌책방을 찾아 이곳을 지키는 이들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대전 유일의 헌책방거리는 호객행위와 흥정으로 시끌벅적한 다른 상가와는 달리 한산하다. 시장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안쪽에 헌책방거리가 있는 걸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처음부터 헌책방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던 건 아니다. 과거 동구청이 인근에 있을 때만 해도 유동인구가 많아 사람으로 넘치던 곳이었다. 1970년대 30곳이 넘었던 헌책방들은 12곳까지 줄었고 2012년 동구청이 가오동으로 이전하며 문을 닫는 일이 일상이 됐다. 지금은 고작 6곳 정도의 서점만 남아 헌책방거리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헌데 유동인구 감소로 줄어든 수익에도 불구하고 책방 주인들의 얼굴에서는 초조함이나 근심을 읽을 수 없었다. 그들은 놀러 온 친구들과 가게 혹은 거리 한쪽에 앉아 느긋하게 담소를 나누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헌책방거리가 존폐에 서 있다는 일반적인 프레임과 다소 다른 풍경이다. 수익을 내기 위해 헌책방을 운영하는 게 아닌 본심 때문이다.

약 50년 경력의 고려당서점 사장 장세철 씨는 “헌책방을 운영한다는 건 전통의 뿌리를 잇는 것”이라며 “나는 종신제다. 죽을 때까지 (서점을) 할 거다”며 밝게 웃었다.

30일 오후 고려당서점 앞에 장세철 사장이 앉아 있다. 안민하 기자
30일 오후 고려당서점 사장 장세철 씨가 가게를 지키고 있다. 안민하 기자

일각에서는 헌책방거리를 살리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에서 서울시의 청계천 헌책방거리 특화 프로그램 같은 문화콘텐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회의적인 반응 일색이다. 또다른 책방 주인은 “사업 같은 건 내가 보기에는 단편적인 방안”이라며 “문화를 지키기 위한 헌책방거리를 사업에 이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수익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헌책방거리 유지에는 외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책방 주인은 “정부에서 특별하게 도와 줄 이유가 없다”며 “월세가 비싸지도 않아 향후 운영에도 큰 무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민하 기자 minha961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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