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문인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삶과 죽음, 다소 어렵게 들릴 수 있는 단어다. 정바름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이 말에 이끌림을 느껴 시를 조우했다.

삼성동 출판사 거리 불 꺼진 사무실에서 만난 정 시인, 우직하고 무거운 모습과 그의 시는 많이 닮아있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누르며 과묵하고 낮은 목소리로 삶에 대한 도전적인 이야기를 역설한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사람들 가운데 죽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없지만 정 시인은 그 끝을 찾기 위해, 갈증 해소를 목적으로 펜을 잡는다.

◆ 격렬한 감정적 충격에서 시작된 시와의 인연

정바름 시인은 “저는 어린 시절부터 시를 좋아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뮤즈 이사장으로서 클래식공연에 해설을 맡기도 했지만 지금은 내러놓고 문학에 열중하고 있어요”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어머니의 오열 속에 잠든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며 시를 접하게 된 계기를 곰곰이 되짚는다.

“그 때부터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당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글을 썼죠. 한번은 모르는 사람의 상엿길을 따라가다 묘까지 동행했는데 당시 상황을 글로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시는 ‘접신술’이었던 것 같아요. 신과 같은 존재, 삶 너머에 있는 누군가와 접촉하길 바랐기 때문이죠. 문학적 구원을 향해 가고 있지만 도달할 수 없어 그 갈증은 단 한 번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갈급한 심정이 문학에 빠지게 된 계기인 것 같죠”

정 시인은 “전 가슴 속에서 용솟음치지 않으면 글을 쓰지 않아요. 마음이 가장 바닥으로 내려가 우울하고 슬플 때 그것을 견디기 위해 시를 쓰죠. 삶을 살다보면 순간의 깨달음이 있고 그것을 몇 글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런 심적인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시를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부연한다.

◆ 시의 어두운 분위기는 삶의 필연적인 부분

“저는 충분히 익어서 터져 나오는 것, 중요한 부분만을 시로 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울적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해도 써지지 않아 너무 괴로웠어요. 시상을 잡아도 너무 식상한 표현 같아 글로 적어내지 못했죠. 답답함을 표출하지 못하면 술, 마약 같은 위험한 것들에 빠지겠지만 문학적 상상력으로 그 결핍을 써내려갔습니다”

그는 시를 쓸 때 죽음과 관련된 주제에 매몰되려하는 습관이 있다며 시의 분위기가 다소 어두운 이유를 설명한다.

“제가 동인지에 작품을 냈었는데 대부분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였어요. 삶의 마지막에 집착해 시 전체 풍이 많이 어둡죠. 학문적으로 접근했다면 독자들이 흔히 좋아하는 주제로 바꾸겠지만 그것은 의도적으로 되지 않습니다. 시를 쓰는 제 마음 상태가 이런데 어떻게 바꾸겠어요. 예를 들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면 바로 안 받을 수 없는 것처럼 죽을 때 까지 똑같은 상태로 글을 쓸 예정이죠.”

◆ 대전큰시, 끊임없는 문학적 자극

“지난 1990년 김완하 시인 주도 아래 ‘대전큰시’란 시인 그룹이 형성돼 올해 31주년을 맞았습니다. 큰시는 30여 년 동안 회원들의 꾸준한 만남을 통해 발전을 도모했어요. 저희 활동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단체를 지속시켰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주변에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해줘 뿌듯한 마음입니다”

그만큼 큰시 회원들의 연대감과 공동체 의식은 뛰어나다고 한다.

“회원들이 서로 진득하게 만나며 문학적 자극을 끊임없이 주고받고 있어요. 동인들의 출간물을 보고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며 특히 게으름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죠. 더 많은 활동들을 한다면 곳곳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고 있습니다. 큰시야 말로 깊이 있고 인간적으로도 밀접한 모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창립 당시 주축이 되는 문인들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죠. 앞으로도 멤버들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 차기작은 다른 저술 활동…독자들과 공감 원해

앞으로 작품 활동에 대한 질문에 정 시인은 저술활동이 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제가 블로그 활동을 하며 ‘디카시’를 많이 썼어요. 사진을 찍었던 느낌을 시로 적어냈죠. 제 사진은 시와 마찬가지로 흔한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연민들을 자극하는 장면을 담아냈습니다. 슬퍼서 도저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걸 많이 관측했어요. 특정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면 그 쪽으로 잘 보이게 되는 것이죠. 디카시를 저술활동의 주제로 삼아볼까도 했습니다”

“앞으로 터져 나오는 시들이 모여지면은 지나치게 고민하지 않고 시집을 내려고 합니다. 또 시집 이외에도 다른 저술활동을 하려고 해요. 뮤즈 이사장을 했던 기억을 살려 음악과 문학의 교류란 주제를 기획해봤죠. 주변사람들이 재미있게 공감할 수 있는 유익한 주제들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 “사람들이 문학을 통해 행복을 찾길…”

정 시인은 자신의 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문인들이 더 비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남다름을 악한 곳에 쓰지 않고 건강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죠. 시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문학적 장치를 통해 전달하고 공유하는 소소한 역할입니다. 문단의 권력, 상업적 이용이란 목적 없이 순진하게 작품을 써내 지인들과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요. 특히 시인은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말을 걸며 우리의 언어가 사람들에게 닿길 바라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문학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소통하며 행복을 찾는 것이 제가 늘 꿈꾸는 것이에요.”

이와 함께 “나무 백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책이 흔한 시대가 됐다고 말 최근 인터넷에 확산에 따라 책도 소멸될 것이란 이야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집적 기록하는 행위들이 쉽게 사라질 수 없죠. 인공지능(AI)이 삶의 곳곳에 영향을 미쳐 문인들의 세력은 굉장히 감소하겠지만 계속해서 문학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길 갈망해요”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바름 시인
정바름 시인

◆ 정바름 시인은?

정바름 시인은 지난 1964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지난 1993년 ‘한국시’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시집 ‘사랑은 어둠보다 깊다’, ‘빛비’ 등이 있다.

정 시인은 ‘협동조합 뮤즈’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큰시, 대전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