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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배 작가
최성배 작가

새하얀 입김이 자연스러운 1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최성배 작가를 만났다.

최 작가는 노련한 화자인 동시에 여전히 젊은 감성을 자연스럽게 내던진다.

그는 작가가 펜을 놓을 만큼 많은 작품들을 써내고 있지만 현재도 만족하지 못한 채 순수한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

독자들과 더 많을 소통하기 위해 파격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최성배 작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평소 문학을 어떤 자세로 대하고 쓰고 계신가요?

A. 문학은 제 존재확인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각자 추구하는 장르가 다를지라도 문학은 인간이 인간을 탐구하고 경험적인 제시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는 매개체죠. 제 짧은 일생 속에서 타인들과 생로병사를 공유하며 세상을 헤쳐 나가는 지혜의 방편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항상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고 있어요.

Q. 소설을 어떤 계기로 만나, 지금까지 글을 써오고 계시나요?

A. 제가 고등학생 때 고향 해남에서 희곡작가 김봉호 선생이 주도하는 문학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동인지에 최초로 단편 ‘움직이는 박제’를 발표했지요. 그 후 군에 입대해서도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죠. 또 86년 신춘문예 최종심에 탈락했으나 스승 이호철 선생이 ‘작가는 작품이 많아야 한다’라며 등단보다는 작품을 쓰는데 노력하란 말을 새겨듣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김유정 선생처럼 일찍 요절하지 못한 작가는 많이 써야 한 두절이라도 건질게 아닙니까.

Q. 매년 한 권의 저서를 출간하고 있는데 다작의 힘은 어디서 비롯됐나요?

A.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1인칭이 아닌 2, 3인칭 시점, 시제를 다양하게 써놓고 소재와 접목될 자료를 발췌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에요. 제가 알고 있는 국내 유수 소설가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모두 체험, 취재가 생생한 작품을 튼실하게 만들고 있죠.

Q.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계단 아래’를 세상에 내놓는 소감은?

A. 소설가는 살고 있는 당시대의 이야기를 쓰다가 삶을 마감해야해요. 코로나19가 일상화된 엄중한 시기에도 개개인의 삶은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끌어가고 있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그런 것을 잘 표현했는지 자꾸 미흡한 생각이 듭니다. 더욱 공부하며 나아가야겠지요.

Q. 이 장편소설을 통해 사회의 어떤 점을 이야기 하고 싶었나요?

A. 개발시기에서 현재의 촛불정국으로 이어지는 몇 십년동안 정치적 환경과 개개인의 삶은 분리될 수 없었다는 본질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인간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꿈과 희망인데,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이 없다고 난리들이죠. 그래서 이 시대의 블랙홀인 서울의 부촌과 상류층, 나아가 통치자의 이야기를 깔고 불합리, 부조리한 인물을 등장시킨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모든 욕망과 탐욕은 시간 속에 무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Q. ‘계단아래’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A. 요즘 독자들은 현재 진행문법을 좋아하는데, 서양 작품과 SNS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소통 문제인데, 우리 문장의 시제가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죠. 가급적 늘어지는 복합문장보다 단문과, 플롯(문학 작품에서 형상화를 위한 여러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배열하거나 서술하는 일)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의 대화, 일기장 부분의 문자기호 같은 실험도 해봤어요. 시대를 씨줄로 놓고 이야기들을 날줄로 엮었는데 치기어린 작업이 안됐으면 합니다.

Q. 이 소설집의 분량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선가요?

A. 이 소설이 본래 1,200매 정도였는데, 전지적 시점 상 작가개입이 지나치면 서사 흐름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서 약 300매의 분량을 삭제했어요. 그랬더니 조금 괜찮아졌죠. 독자가 소설속의 인물들에게 몰입하고 교감해야 제대로 소통되는데, 다양한 시점을 구사하다보니 그 점이 소홀하게 됐습니다.

Q. 삭제된 300매 분량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A.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발된 시간을 길게 썼었죠. 아직도 정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한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사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소설에 넣지 않았어요.

Q. 작가님에게 문학적 영감이 다가오는 특별한 시점이 있나요?

A. 저는 장삼이사들(張三李四)이 관심이기 때문에 재래시장 같은 곳을 잘 돌아다녀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작품들을 착안하고 귀동냥으로 들은 소재를 얻다가 인간의 본질적 공통점이라 여겨지면 작품구상을 저울질하게 됩니다.

Q. 2021 신축년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A. 해가 바뀌었다고 딱히 달라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전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 일상이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아직 가보지 못한 국내의 곳곳을 여행하고 싶죠.

Q. 앞으로도 매년 새로운 저서를 출간할 예정이신가요?

A. 소설집 8권과 장편 6권을 냈지만 아직 흡족한 작품이 없습니다. 지금부터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읽을 만한 작품을 써서 잘 다듬어내고 싶어요.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다면?

A. 작년에 한국소설로 등단한 젊은 여성작가 오영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인물들의 내면 묘사가 뛰어나요. 장래가 기대되는 신인입니다.

Q.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작가님의 각오가 궁금합니다.

A. 각오라고 하면 무겁게 느껴지니까, 다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동안 저는 삶 속에 흩어진 기억과 생각들을 되돌아보며 골방에서 몸을 혹사했죠. 새해에는 그간 부실해진 몸을 단련시켜 에너지를 충전해야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가 프로필

최성배 작가는 1952년 해남군 송지면 월송리에서 태어났다.

최 작가는 1986년 ‘동촌문학’에 단편 ‘도시의 불빛’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는 2006년 계간 한류문예 주간, 2011년 계간 문학사계 상임편집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대전에 창작실을 갖고 활동 중이며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월간‘한국소설’편집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예술총연합회 대의원, 문경문학관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최 작가의 저서로는 장편소설 ‘침묵의 노래’, ‘바다 건너서’, ‘내가 너다’, ‘별보다 무거운 바람’, ‘그 이웃들’을 펴냈으며 소설 ‘물살’, ‘무인시대에 생긴 일’, ‘개밥’, ‘은밀한 대화’, ‘흔들리는 불빛들’, ‘나비의 뼈’, ‘찢어진 밤’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그 시간을 묻는 말’, 시집은 ‘내 마음의 거처’,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는 그리움도 꿈이다’, ‘뜨거운 바다’ 등이 있다.

그는 ‘바다 건너서’를 통해 2010년 한국문학백년상을 수상했고 ‘별보다 무거운 바람’으로 2014년 청소년교양도서에 선정, 또 ‘잠실’은 2015년 한국소설문학상을 받았다. 3회 '문학저널' 창작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송영두 기자와 최 작가
송영두 기자와 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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