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문인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김종윤 시인
김종윤 시인

가을향기가 짙어진 11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김종윤 시인을 만났다.

김 시인의 직설적이지만 부드러운 어투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가득하다.

그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자신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때론 묵묵하게 풀어나갔다.

“시를 대하는 태도는 항상 진지하다”는 시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시인 김종윤 입니다. 문학으로 등단한지는 올해로 28년 정도 됐고 28살에 첫 시집을 냈어요. 실제로 등단은 93년도에 했지만 그것을 세상에 내놓지는 않고 98년 정식으로 문단에 들어왔죠. 교사로 생활한 지는 올해로 32년째입니다.

Q. 지난 1998년 ‘공무원 문학’으로 등단하신 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시가 삶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 잡았나요?

A. 제가 어렸을 적 세 가지 꿈이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큰 서재하나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책을 읽는 것 이였죠. 두 번째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던지 시인이 되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지금도 연간 150권의 책을 읽고 있어요. 지금도 시를 쓴다는 것은 굉장히 큰 행복이죠. 시는 저의 삶의 활력소이고 전부입니다.

Q. 오랜 시간 시를 쓰며 후회했던 부분이 있다면?

A. 제가 5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이인데 우리나라의 성공한 문인들은 20~30대에 자신의 길을 이미 닦아놓은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미 그 나이를 지나왔기 때문에 시에 부족한 부분이 많단 후회를 했죠. 그래서 시를 써놓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시를 쓰며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에요.

Q. 시를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시를 쓰는 게 제 생활이었죠.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학생이 될 때 까지 7년간 일기를 썼는데 글을 쓰면서 모아진 짧은 시들을 계속해서 뽑아놨어요. 시간이 지나 그것들이 모아져 시집 한권 분량이 나왔죠. 지금까지도 자연스럽게 시를 모아 시집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Q. 시가 모아지고 시집을 출간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요?

A. 최근 출간한 ‘기술교사의 학교일기’ 까지 총 7권의 시집을 냈어요. 4년마다 시집 한권을 내는 정도죠. 제 생활 중에서 안 읽거나 쓰지 않고 지나간 적은 거의 없습니다.

Q. 교직생활과 시를 병행하는 부분에 어려움은 없나요?

A. 어려움이 있어요. 제가 시를 깊게 알아가면서 내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시의 흐름을 가지고 싶단 생각을 했던 게 40대였죠. 그 당시 몇몇 선배들이 훈수처럼 ‘교사는 시를 쓰기는 좋은 직업이지만 한계점이 분명하다’란 말을 해줬습니다.

Q. 교사가 가진 한계점이요?

A. 교사 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시간을 활용하는 부분은 참 좋아요. 문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을 버니까 시에 운명을 걸 정도의 노력을 하지 못한다는 거죠. 직업적 안정감으로 인해 시가 제 삶이고 밥줄이란 생각이 쉽게 들지 않습니다. 교직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조건 때문에 시가 깊어지기 어려운 것 같아요.

Q. 그런 문제들이 사라지는 퇴직 후 시가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겠네요.

A. 좋은 기회가 생기는 문이 하나 열리는 셈이죠. 저는 교직을 마치고 두 번째 인생을 살 것이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시를 머리로 쓰기도 하지만 발로 쓴다고도 표현해요. 시집 ‘금강 천리 길’을 금강 전체를 수 없이 답사하며 완성시켰기 때문이죠. 그런 것처럼 퇴직 후엔 시를 위한 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최근 시집 ‘기술교사의 학교일기’를 출간하신 소회가 궁금합니다.

A. 교사는 제 성격, 가치관적으로 아주 잘 맞는 직업이에요. 이 직업을 통해 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 상당히 만족하고 있죠. 다만 제 입장에서 학생들의 미래, 가치관을 어떻게 안내할지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연스럽게 시집에 녹여냈어요. 교직생활을 하며 겪었던 일과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어 참 뿌듯한 마음입니다.

Q. 60여 편의 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A.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는다면 무거운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저를 잘 따르던 학생이 있었는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죽음을 맞았어요. 사망 장소가 학교 뒷산이여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죠. 하지만 저는 그곳에 종종 찾아가 학생의 혼이 나무에 깃들어있단 생각을 하며 다독여줬습니다. 이 이야기를 시로 표현해 담아냈는데 가장 기억에 남네요.

Q. 그곳을 계속해서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A. 그 일이 있고나서 지역 주민들조차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는 안타깝게 떠난 그 학생을 추억하며 나무 곁에 있죠. 가깝게 있었던 제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계속 커지지만 무섭거나 반감이 들진 안습니다.

Q. 안타까운 일이네요. 분위기를 조금 반전해서 제가 시집을 읽다가 비속어로 된 시제를 봤는데 참 흥미로웠습니다.

A. 제가 젊을 때는 서정시 중심으로 시를 썼어요. 그 당시엔 시를 많이 숨겼죠. 그랬더니 ‘시가 깊다’, ‘시가 어렵다’라며 의견이 갈려버렸습니다. 대중성을 잃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시집에 사실적인 경험을 담아 친근하게 읽힐 수 있는 시를 써야지란 생각을 했죠. 비속어 시제들이 욕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이 내용을 보고 나면 ‘아!’하고 깨달을 것이 있을 겁니다.

Q. 어떻게 보면 독자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간 계기네요?

A. 그런 기회가 됐다고 생각해요.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는 시‘란 평을 받았기 때문이죠. ’대중성을 중심으로 시를 가볍게 쓴 것이 오히려 나한테는 좋은 계기가 됐구나.‘라고 느꼈습니다.

Q. ‘기술교사의 학교 일기’를 읽게 될 예비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지가 있나요?

A. 저는 교사란 직업에 대해 전문적으로 파고들며 많은 학문을 익혔어요. 때문에 제 시집을 통해 하나의 교사상을 보여주고 싶었죠. 제 시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대한 헌신입니다. 학생들과의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 제 시를 통해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예정된 작품 활동 계획이 있다면?

A. 이번 시집을 준비하면서 6개월 정도 새로운 시를 쓰지 못했어요. 그 시기엔 책을 읽으며 시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죠. 앞으로는 4년마다 시집을 한 권씩 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고민하며 시를 파고들수록 어려움에 부딪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꾸준히 읽고, 쓰며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죠.

Q. 추천해주고 싶은 시인, 작가가 있나요?

A. 제가 6천 권이 넘는 시집을 보유하고 있어요. 책을 읽으며 시인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 시나 특성들을 습작하고 있죠. 그 중 틈날 때 마다 읽는 시집이 있는데 바로 송찬호 시인의 책입니다. 또 한 사람은 문태준 시인이에요. 읽을거리가 떨어지면 두 사람의 시집을 가장먼저 찾죠.

Q.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A. 제가 학생들에게 시간 날 때마다 하는 말이 있어요. 젊었을 때부터 책을 읽는다는 건 자신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이죠. 독서는 사람들의 가치를 높여주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 PC 같은 전자기기에 빠져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그야말로 독서하기 좋은 가을,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인생 최고의 투자란 것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시인 프로필

김종윤 시인은 1965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1994년 첫시집 '새벽을 기다리는 마음' 발간을 시작으로 '네모난 바퀴를 가졌네'(오늘의 문학사, 2005), '나뭇잎 발자국'(문학의 전당, 2011) 등의 시집이 있다.

송영두 기자와 김 시인
송영두 기자와 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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