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논란 여전한 도서정가제 개정] 1. 100여일 남은 도서정가제 개정

 

책을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도서정가제'가 재정가 기준만 완화하는 등 현행 제도를 유지하게 됐지만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 3년 주기 재검토 시한(11월 20일)을 앞두고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을 결정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문체부는 "도서정가제가 출판산업 생태계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해 큰 틀에서는 현행과 같이 유지하되, 출판시장 변화 등을 반영해 세부 사항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도록 하고 판매자는 출판사가 표시한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 할인과 경제상의 이익(마일리지 등)을 자유롭게 조합해 판매할 수 있다. 2003년 2월 처음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여러 번 개정을 거쳐 지난 2014년 할인율을 조정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한 이후 현행과 같이 운영되고 있다. 문체부는 3년 주기 재검토 의무에 따라 지난해부터 이해당사자 중심으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개정 방향을 논의하고, 설문조사, 공개 토론회,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개정에서는 정가변경(재정가)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가변경 허용기준을 현행 18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한다. 앞으로 출판사들이 쉽게 정가를 변경할 수 있도록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출판업계가 도서정가제 개정을 막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적잖다. 특히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말이다.

대전시민 김정은(40) 씨는 “도서정가제 자체를 폐지해야한다”면서 “책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해 읽고 싶지만 도서정가제로 인해 이제는 책도 자유롭게 사서 읽지 못하는 사회가 씁쓸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반면 지역출판 한 관계자는 “현재 도서 시장은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일부 대형 서점 및 인터넷 플랫폼의 영향력이 우세한 실정이다. 소형 서점과의 공급률 격차로 인해 도서의 판매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서점에서 고른 책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책이 공정한 매체로써 작용하기 위해 소수의 커다란 플랫폼이 아닌 보다 다양한 판매 창구가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소형 서점 및 출판사들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도서정가제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전자출판물 시장을 위한 도서정가제 개정 목소리도 여전하다. 전자출판물 한 업계 관계자는 “현행 도서정가제는 2014년 온라인 서점의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부터 중·소규모의 서점과 출판사를 보호하기 위해 개정된 제도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았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전자출판물의 무분별한 할인이 아니라 종이책보다 유연한 가격 할인 마케팅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종이책 시장처럼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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