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작년까지 나에게 이 단어는 태양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금빛의 가스층이나, 레몬과 맥주가 함께 떠오르는 청량감 있는 단어였다.

그러나 지금의 코로나는 오직 회색과 붉은색의 둥근 바이러스 덩어리만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끔직한 바이러스는 코로나가 연상될 만큼 아름다운 모양을 지니고 있다)  

신현종 조선일보기자
신현종 조선일보기자

2020년 코로나19는 그 누구도 가능하리라 여겨지지 않던 세상의 많은 풍경을 바꿔 놓았다. 2019년의 누구에게 내년에는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분명 코웃음 거리가 됐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 와 준비 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너무 많은 것을 바꿔버린 코로나시대의 산업과 경쟁, 사회를 가로지르는 단기적이고 장기적인 예측서이다.

저자인 제이슨 생커는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Prestige Economics)와 퓨처리스트 인스티튜드(Futurist Institute)의 회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불리는 금융 예측가이자 미래학자다.

그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손에 쥐어야 할 중요한 한 가지는 코로나19로 심각한 인명 피해와 손실이 발생한 현실 가운데서도 또 다른 기회는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그 기회란 가장 어려운 시기에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공중 보건, 교육, 경제적 결과를 향상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많은 타격을 입었지만 우리는 미래에 닥칠 위험을 관리하고 대비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일차적으로 질병과 고통, 죽음을 낳고 경기침체의 위험성을 불러 왔다. 한마디로 거대한 비극이다. 급격한 경기 침체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일자리의 미래 또한 급격히 바뀌었다.

원격 근무가 가능한 업무의 종사자들은 이젠 완벽한 원격 근무의 체제를 확립할 것이며 그 외의 노동자들의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일것이다. 저자는 우선 노동자를 필수 노동자, 지식 노동자, 그 외 노동자의 세 가지 군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 필수 노동자는 의료, 공공시설, 제조업, 농업, 유통망 그리고 그 외에 경제가 굴러가고 사회 전반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산업군들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한마디로 원격 근무가 불가능한 업종들이다.

두 번째 지식 노동자는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인력들이며 기술, 금융, 여타 분야의 많은 산업군이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 그 외 노동자는 사무실 밖에서의 근무가 불가능한 직업군들이다. 원격 근무가 불가능한 것은 필수 노동자와 같지만 필수 인력으로 고려되지는 않는다. 식당과 술집, 영화관, 카지노, 미용실, 네일숍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자의 전체 인력으로 보면 정말 많은 숫자지만 현장 업무군으로 분류된다. 지금까지 식당 서빙 일은 최소한의 훈련만으로도 생활을 유지할 만한 소득을 올릴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대믹 시대를 맞은 오늘, 그러한 선택지는 사라졌다.

저자는 말한다. 바로 지식 노동자로 산다는 것, 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직업 종말의 시기에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미래의 전문직은 원격업무를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비즈니스 직업과 전문가의 역할은 대부분 온라인화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이 후에도 이 직업들은 장기간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저자는 향후 10년간 급벽히 성장할 직종으로 단연 의료분야를 꼽았다. 의료 분야는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수요가 높고 오랫동안 미 노동청 자료에서 향후 10년간 급격히 성장할 직종으로 분류됐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수명이 길어지는 한편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서 향후 의료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팬데믹에 맞서 더 나은 공중 보건에 기여할 인력도 필요하다.

의료 직종, 그중에서도 사람과 긴밀히 접촉해야 하는 일들은 여러 경제 분야에서 자동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충격에 탄력적이다. 결과적으로 자동화로 인해 미래에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의료 서비스는 필요한 것이지 원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하기 어려울뿐더러 늘 의료 분야를 선호 할 만한 인구 분포가 자리 잡고 있다. 한마디로 의료 분야는 필수 그 자체다.

교육의 미래도 온라인에 있다. 온라인 교육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자동화가 확산되는 추세 속에 소외되지 않는 노동자를 육성하는 데 교육은 강력한 도구가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육의 미래에도 중요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존의 교육, 특히나 대학 수준 이상의 교육은 일종의 길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학사, 석사, 박사를 따는 방식이 전부 이 길드 시스템에 근거하고 있다. 교육의 시스템이 중세의 도제식 교육생, 숙련된 장인, 명장의 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고등교육의 구조는 여전히 그 본질이 중세 시대의 길드와 같은 것이다. 역사적으로 길드 구조는 많은 직업과 학제의 진입을 막는 장애물이 되었다. 온라인 교육은 강의 자료나 교육 컨텐츠의 범위를 대폭 확장함으로써 전통 학문과 학교 내 길드 구조를 위협할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핀테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교육의 세 가지 트렌드가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교육 길드 시스템을 해체함으로써 교육에 들어가는 중간 단계의 비용이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는 것인데, 다시말하면 시스템을 보편적으로 만들어 보다 많은 이들을 교육을 받게하는 것이다. 세 번째 트렌드는 학습 경험을 향상할 기회가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교육에 비싼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그랬을 때 보장되는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온라인 강좌에 네트워크적 요소를 넣어 구상하고 설계해 제공한들 온라인 강좌만으로 훗날 미래에 지도자가 될 동료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기란 쉽지 않다. 명문 대학들이 약간의 학비 하락을 겪더라도 유지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경쟁력에서 뒤지는 일반의 대학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듣는 온라인 강의를 유튜브 보듯 수강하는 자녀들을 보며 학부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상상해 보라. 온라인 교육의 시대.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러한 기술의 지원으로 교육 비용은 낮아지고 사람들의 경쟁력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오늘날 기술은 교육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보다 확대하고 학습자에게 좀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 교육으로의 변화는 강의 도구, 훈련 자료, 보다 밀도 있는 학습을 도와줄 원격 자료들 전반에 커다란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교육에 IT 기술이 접목된 에드테크 (EdTechd) 에 대한 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달리 말하면 코로나19가 가져 올 변화 중 보기 드문 긍정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많은 인구가 교육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며 향 후 수십년간 고도로 준비된 노동자들이 시장으로 나올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
코로나 이후의 세계

"마지막 치른 전쟁을 교훈 삼아 다른 전쟁을 준비 한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운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이미 많은 댓가를 치르고 과거로부터 학습한 것이 있다면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를 부동산 시장이라고 피해 갈수는 없다.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주택대란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담보 신용대출은 일반적으로 증가했다. 이 후 주택시장에서 신용 문제를 강화하면서 안정화되는 듯 보이지만, 코로나 19 팬데믹의 여파로 여전히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

CARES Act(2020년 3월 27일 코로나 바이러스 구제 수정법안)로 담보 대출금 지불 연기를 허용하는 한편 일부 주택의 퇴거 명령을 중단 시켰지만, 현금 유동성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파산 또는 퇴거 중단 조치가 영원하리라 기대 할 수도 없다.

언젠가는 유예기간이 끝 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집값 하락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소득을 잃거나 혹은 일자리를 잃어 담보 대출을 감당할 수 없으면 동시다발적으로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갑작스럽게 부동산 시장에 주택 공급이 증가하고 자가 주택 시장에서 주택 가치의 하안선이 깨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이 관광이어서 코로나19의 경제 충격 여파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역일수록 이 같은 위험은 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결과로 아주 광범위한 실직 사태가 단기적으로 가시화 된다면 대부분은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꽤나 오랜 기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세입자들이 임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일이 증가하면 부동산 투자자들의 투자를 움츠러들게 하고 이로 인해 주택비용을 저울질하는 한편 주택 수요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그리고 주택 구매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담보 대출이 줄어들 위험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자격조건에 맞는 주택 구입자 수가 즐어들고 주택 수 역시 감소해 가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경기 순환에는 신용을 확대하라는 압박이 존재하고 신용 창조 credit creation (은행이 예금된 돈의 일부를 고객에게 대출하고 그것을 다시 예금시켜 원래 예금의 몇 배를 예금으로 만들어 내는 일)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 역사의 대부분이 주택 신용 확대가 경기 순환을 촉진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주택 파동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대출 기준과 주택 신용 기준이 강화되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곳으로 신용이 확대되었다. 경제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신용을 확대하는 방법을 늘 찾아냈다. 이러한 확대가 일어나는 분야가 위험하다. 신용 확대의 예로 오토론 auto loan (자동차 담보대출)이 나타났고, 기업 금융업 business credit 역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주택 분야의 위험성은 오토론에 잠재된 신용 위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오토론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집보다 차가 회수하기 훨씬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은행, 대출 기관 및 자동차 신용 전문 회사에 심각한 신용 위험을 초래 할 수 있다. 게다가 자동차 시장이 붕괴하거나 회수 차량이 중고차 시장으로 쇄도하면 신차 판매량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현실로 일어날 시나리오다. 이는 국내총생산 지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신용 확장의 또 다른 주요 영역이 기업 부채였다. 그동안 주택 신용 기준이 까다로웠지만 기업 부채는 자동차 신용처럼 날개를 달았다. 한마디로 기업 부채와 관련해서는 조건이 느슨했다.

기업 부채 수준, 기업 대출 금액 그리고 대출채권담보부증권의 확산은 거시경제 지표 구성 중 기업의 뇌관이 되었다. 기업 부채의 증가로 인해 국가 신용, 신용 대출 시장, 나아가 금융 분야 전반에 미치는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올해 3월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대응조치를 내놓았다.

그동안 굵직한 경제 위기를 지나오면서 담보 신용 대출 기준은 계속 엄격해져 왔다. 이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 후 새로운 종류의 테스트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기업이 완전한 폐쇄의 위험을 견딜 안정성이 있는지 평가하는 테스트 말이다. 대출 기관의 자격 요건을 높여 기업들이 2주에서 4주간 폐쇄를 견디리 수 있는지를 자금 조달의 전제조건으로 삼을지도 모른다. 다르게 표현하면 기업들에 대한 향후 대출 자격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받을만큼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출 자격요건 강화는 대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영세 기업들은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외에도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제가 거의 마비된 시점에서 어떻게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인지 각 나라마다 고민이 깊다. 오늘날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내놓는 결정정인 해결책은 경기 부양책으로 대차대조표를 늘리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러한 관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은 경제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 계속 몸집을 불릴 것이고, 이처럼 대차대조표의 증가가 계속될 때 가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앙은행이 경제의 모든 것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부채, 주택저당증권, 국채, 주식, 심지어 실물 자산에까지 손을 댈 것인데 매입에 들어가는 돈은 만들어 낸 돈이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던 그런 돈 말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경제는 일종의 양자 상태가 되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양자 상태 말이다. 중앙은행이 이 길을 밟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향후 10년 안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사회에 가져 올 여러 분야의 변화에 대해 예측하고 과거의 예시와 함께 현재 우리가 좀 더 집중해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팬데믹은 긍정적 혜택보다는 인명손실, 질병의 고통, 경색된 의료 시스템, 지역 및 산업 경제 파괴, 국가 부채의 증가 그리고 중앙은행의 부담 등 지불해야 할 비용이 너무나 크다.

코로나19 시대에 분명한 것 한 가지는 많은 산업, 기업, 개인, 경제가 각자에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변화된 상황에 맞게 업무를 처리하고, 교육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공급방을 보강하고, 식료품 및 위생용품의 공급 문제를 해소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향우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기회가 장기적으로 볼 때 존재한다. 다만 그런 미래가 오기까지 치러야 할 비용이 클 뿐이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렇기에 미래에 닥칠 다양한 잠정적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장기적인 추세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가 지나가고 나면 코로나19가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시행되었던 조치와 변화들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금융 시장에 미칠 2차 혹은 3차적인 영향과 경제적 악재에 대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지금 위기의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회복은 찾아 올 것이다. 변화에 적응할 방법을 찾고 구체적으로 커리어를 조정하려 한다면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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