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70호 훈민정음 (訓民正音), 문화재청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訓民正音), 문화재청

조선왕조실록에는 훈민정음을 만든 사실이 두군데 나타난다. 그 첫째는 세종 25년(1443년) 12월(음력)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글자를 만들었는데, 이것을 '훈민정음'이라 한다는 기록이고, 그 둘째는 세종 28년(1446년) 9월(음력)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1926년 조선어학회에서 한글이 만들어진 날을 기념하기 위해 그 날짜를 정하려 했을 때 이 두 기록을 두고 의논을 한 끝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진 날'을 1446년 음력 9월 29일로 잡고, 그 날을 '가갸날'이라 하여 기념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뒤 '훈민정음 해례'가 나타나서, 훈민정음이 이루어진 날이 1446년 음력 9월 상순임을 알게 되었으므로 그 뒤부터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바꾸어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게 된 것이다.

한 나라의 공식 문자가 창제된 날이 역사적 기록에 남아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세종대왕은 자주 국가로서의 존엄성을 세우기 위해서, 백성들을 깨우치기 위해 한글을 창제했다. 그것은 혁신이자 근본을 되찾는 일이다.

언어는 결국 관습이며, 특히 모국어는 본능적으로 터득하는 것이기에, 한 나라의 말이나 글에 대해 합리성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우리 언어만큼 간결하며 한글처럼 과학적인 문자는 없는 듯하다. 특히 같은 한자문화권인 일본과 비교하면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외국인이 일본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아마도 같은 문자에 대해서도 경우에 따라 발음이 여러 가지로 바뀐다는 사실일 것이다. 

중국에서는 한글이나 영어처럼 표음문자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마오쩌둥은 1958년에 중국어의 알파벳 표기법을 제정했는데 발음이 지역에 따라 다른 이유 등으로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어려운 아랍글자를 쓰던 터키는 1930년대에 이르러 서양의 알파벳을 도입했고 한자를 쓰던 베트남도 역시 그들의 언어를 알파벳을 이용해 표기하고 있다. 한글이 아니었다면 우리도 어쩌면 ‘王’을 ‘왕’이 아니라 ‘Wang’으로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큰 문제는 분단 상황이 70년을 넘어서면서 남북 사이에 말과 글이 이미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미래에 아주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통일을 대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겠지만 특히 한글을 더욱 발전시키고 온 민족이 같은 언어를 구사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1월15일을 ‘조선글날’로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10월 9일과 1월 15일, 서로가 이만큼 달라진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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