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장문준 작가
장준문 작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던 7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장준문 작가를 만났다.

대전 동구 대별동을 지나 산길로 들어가니 장 작가의 소박한 작업실이 나타났다.

노신사의 작업실에는 섬세한 감성과 옛 정취가 잔뜩 묻어났다. 특히 그가 살아온 흔적이 그 공간에 밀집돼 있었다.

진솔함이 가득했던 그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Q. '어머니의 강'을 출간하시게 된 소감 말씀해주세요.

A. 어머니의 강은 제가 신문, 잡지에 투고한 칼럼과 공모전에 당선된 수필 등을 모아 엮은 수필집이에요. 수필이나 칼럼은 앞에 싣고 어머니의 강은 제일 뒤에 놨습니다. 사적인 이야기를 먼저 보여주면 도리가 아닌 것 같았죠. 제가 쓴 글들과 조각 작품들도 책에 같이 담았습니다.

Q. 어머니의 강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A. 편지글이 기억에 가장 남습니다. 제 가족들은 편지글을 보면 눈물을 흘려요. 아버지가 북한에 계신 이야기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글에 담았기 때문이죠. 과거 북에 계신 아버지를 보기 위해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신청했어요. 그런데 남북관계가 악화돼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그 허탈감과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Q.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A. 제목부터 어머니의 강이잖아요. 어머니를 향한 마음을 책에 많이 풀어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 어머니는 참 좋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어머니에 대한 사랑,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책에 담아냈죠. 제 친인척들이 보고 좋다고 얘기해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Q.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게 있다면?

A. 좋은 글을 자신의 아름다운 생각, 철학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문장력에서 나오는 건 아니죠. 철학이 깊은 사람은 좋은 글을 쓸 수밖에 없어요. 철학의 틀이 잡혀있지 않으면 글에 기교를 부리려고 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기교가 아예 없으면 안 되지만 적당히 넣어줘야 하죠. 글을 쓸 때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쓰면 완성품은 만족스러울 겁니다.

Q. 철학이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요?

A. 철학은 생각에서 비롯돼요. 좋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야 깊이 있는 생각이 책에 담기죠. 모든 예술에서 공통적으로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완벽한 결과물이 완성될 겁니다. 글의 경우 자신이 책에 담은 생각을 독자들에게 잘 전달된다는 뜻이에요.

Q. 대학시절 조각을 전공하셨는데 미술을 접한 계기가 있다면?

A.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이나 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있었어요. 영국의 조각가 헨리 무어의 작품을 봤을 때 무기물에 생명감이 느껴지는 조형성을 느꼈어요. 또 조르쥬 루오란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보고 큰 영감을 얻기도 했죠. 그의 작품을 보며 ‘거칠고 강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상같지 않으며 작품마다 짙은 생명력이 느껴졌어요. 그 계기로 미술을 접하게 됐죠. 

Q. 그럼 글을 쓰게 된 계기는요?

A. 학창시절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했어요. 기자생활을 하며 문학생활을 하고 싶단 꿈이 있었죠. 작문시험 당시 시간이 부족해 시험을 망쳤어요. 그 계기로 자신감이 떨어져 면접시험에 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 선택이 매우 후회돼요. 시간이 지나고 잡지에 칼럼을 쓰면서 다시 글쓰기에 흥미를 붙이게 됐어요. 그 당시에 저에게 글을 맡겼던 사람이 ‘조각도 괜찮게 하면서 글도 잘 쓰니 정말 신기하다’고 칭찬해줬는데 기분이 상당히 좋았죠.

Q. 살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A. 대학을 졸업하고 대전 중앙로 동양백화점 건너편 건물에 조형물을 설치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 작업을 마치고 큰돈이 수중에 생겼죠. 그래서 그 돈으로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화로도 문의할 수 있었지만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 서울대에 가서 직접 합격 여부를 확인하러 갔죠. 그런데 합격자 명단에 제 이름이 적혀있는 걸 확인했어요. 제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행복했던 순간입니다.

Q. 작가님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A. 인생의 좌우명이라고 딱 정해놓은 건 없어요. 그냥 소승적인 인간이 되지 않고 대승적인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불교 용어에서 대승불교 [大乘佛敎], 소승불교 [小乘佛敎]란 말이 있잖아요. 대승적 인간은 국가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소승적인 사람은 인간의 이해관계만 생각하는 사람이죠. 결과적으로 정의롭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혼자서 작업하시고 생활하시면 외롭지는 않으신가요?

A. 저는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집은 계룡에 있는데 집사람이 불러야 가는 편이에요. 집으로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죠. 혼자서 막걸리를 마시며 고뇌에 잠기고 텃밭을 가꾸는 생활이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장 작가의 작업실
장 작가의 작업실

Q. 앞으로의 작품 계획이 있나요?

A. 이제 시간을 ‘굉장히 아껴 써야겠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너무 게을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미술작품, 글에 전념할 예정이에요. 한글 조각을 하며 야외 전시를 하는 것과 장편 소설을 집필하는 게 목표죠. 또 독립 운동가, 광복절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을 거예요. 제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고 2025년도에 광복 8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 시기에 맞춰 광복관련 조각전을 열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요즘 제가 기억력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안전지수’를 항상 머릿속에 떠올리죠. 안전지수는 안경, 전화기, 지갑, 수첩을 뜻합니다. 그런데 요즘 한 가지를 더 추가했어요. 바로 ‘마’, 마스크죠. 코로나19로 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여러분 모두 마스크로 건강을 잘 지키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프로필

장준문 작가는 경북 영주 금강마을에서 태어났다.

한남대 미술교육과, 서울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뒤 동의대학교 겸임교수로 역임한 바 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담 초대전(2016)등 개인전, 단체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제3회 KB편지공모 금상, 제2회 철도문학상 최우수상, 제9회 충선대문학상 단편소설부문 우수작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대전현대미술협회, 문학사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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