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터뷰] '지붕 고치는 날' 신은겸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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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터뷰] '지붕 고치는 날' 신은겸 시인을 만나다
  • 송영두 기자
  • 승인 2020.06.28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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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북'은 매주 시집, 소설, 산문 등 신간을 발매한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독특한 창작 세계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소소하면서 진지한 작가와의 대담 속에서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뉴스앤북이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뉴스앤북과 함께 분야와 지역을 넘어 다양한 책과 사람들을 만나보세요. 

신은겸 시인
신은겸 시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6월의 어느 날 뉴스앤북이 신은겸 시인을 만났다.

신 시인은 지난 5일, 첫 시집 '지붕 고치는 날'(이든북)을 출간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에서 그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작은 것에 대한 사랑이다.

그는 첫 시집을 상재하면서 “나에겐 비늘이었다. 약해서 떨어져 나가면 더 단단한 모양으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먼지 날리듯이 떨어지는 듯해도 내 길 곳곳에서 등대가 되어준 게 바로 시를 쓰고 있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많이 늦었지만 살아가는 이유인 시간의 구절 엮어 노래가 되길 바라는 신 시인.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Q. 지난 6월 5일 ‘지붕 고치는 날’ 출간하게 되셨는데 소감 말씀해주세요.

A. 제가 시를 쓴 지 꽤 오래됐어요. 매일 '시집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를 계속 쓰고 있죠.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직면했고 ‘모든 것이 정지됐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집을 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바로 출판사에 연락해 작업을 진행해 일사천리로 시집을 출간하게 됐어요. 며칠 안 걸렸지만 몇 십년 걸쳐서 나온 것만 같아 뜻깊고 행복해요. 시집을 출간할 당시 지인이 저에게 ‘늦둥이를 낳은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에겐 늦둥이 자식만큼 소중한 시집입니다. 이제야 떨리는 마음으로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네요.

Q. 이번 시집 안에 61편의 작품이 수록됐는데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A.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기보다, 제가 시집 출간하기 전에 제 시를 하나하나 읽다보니 ‘아 이게 나의 역사구나’란 것을 알게 됐어요. 시집을 읽다보면 저의 추억 속을 다시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요.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이랬을 때 이 시를 썼었고, 저랬을 때 이 시를 썼구나.'라고 다시 생각나요. 요즘에도 시집을 읽다보면 하나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시가 없어요. ‘지붕 고치는 날’에는 제가 겪어온 삶과 역사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Q. 제하의 작품해설 중 ‘기억의 편린과 부재자에 대한 연민’이란 설명으로 글을 조명했는데 시집에 담긴 의미가 있나요?

A. 이 시집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화해한다는 의미를 많이 담고 있어요. 부친이 오래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고 싫어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알았어요. ‘아버지가 얼마나 나를, 가족을 사랑하셨는지’를요. 제가 시골에서 태어났는데 방학 숙제를 저만 해오는 거예요. 시골 아버지들은 배우지 못하고 농사만 짓던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는 앉아서 숙제를 봐주고,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도 작성해주셨죠. 사랑의 방법이란 것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아버지는 저를 그렇게 사랑해 주셨던 거예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 눈물도 나지 않고 너무 속상했는데 많은 분들이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너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셨고 자랑스러워 하셨는지 모른다.’라고 말해 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이 시집에 아버지에 대한 시를 담으면서 그를 이해하고 그 분과 화해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마냥 아버지가 보고 싶은 마음이네요.

Q. 출판하시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A. 제가 결혼생활을 하면서 시나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소홀해졌어요.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보니 글 작업을 안 하게 된 거죠. 그런데 시집을 출간한 뒤 20년을 넘게 놀았던 그 시절이 너무 아쉬운 거예요. 허송세월 했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어요. 지나간 시간도 놀지 않고 굉장히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 시간에 글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란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남죠. 먼지 날리듯이 떨어지는 듯해도 내 길 곳곳에서 등대가 돼준 게 바로 시를 쓰고 있다는 거였어요. 결과적으로 우선순위를 잊고 살아온 게 너무 아쉽네요.

Q. 1989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2016년 대전문학을 통해 재 등단하신 이유가 있나요?

A. 처음 등단했을 때는 글이 한참 활성화되던 시기에요. 그 이후 재 등단하기 전까지 글에 대한 열정을 쏟지 못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카페에 혼자 앉아있는데 스승님께서 ‘시 좀 몇 편 보내봐’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동안 써왔던 시들을 정리해서 보내드렸죠. 그런데 그 시들을 통해 등단이 된 거예요. 스승님께서 저한테 뭔가를 해주시고 싶었던 마음에 그렇게 행동하신 거죠.

Q. 스승님께 고마우신 마음이 크시겠어요.

A. 스승님께는 너무 감사한 마음이 커요. 매일매일 감사하다고 말해도 모자라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스승님 덕분에 누군가에게 글을 써서 보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죠. 그 글을 통해 칭찬을 받는 일이 즐겁고 행복해지기 시작했어요. 스승님께서 ‘너의 시는 가볍지 않고 참 좋은 시다. 오랜 세월 시를 써왔기 때문에 탄탄하게 썼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제 시가 그런가?’ 생각하게 됐어요, 그 분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Q. 시상이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A. 주로 책을 읽거나 여행을 가면 시상이나 영감이 떠올라요. 제가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어디를 갈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냥 제 자리에서 ‘이런 시를 써보고 싶다‘란 생각을 계속 하고 있죠. 쓰고 싶은 시와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며 글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아무리 시인이래도 어떻게 매일 영감이 떠오르겠어요. 생각하지도 못한 시점에서 떠오른 생각을 적고 나열하고 맞추다 보면 시가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Q. 시인님께서 직접 시낭송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시가 있으신가요?

A. 제가 시낭송도 하고 가르치며 매일 바쁘게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 가장 생각나는 작품은 김기림 시인의 ‘길’이에요.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중략)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김기림-길)

이 작품을 읽다보면 김 시인이 생각하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져요. 지금 가는 길이 내 길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죠. ‘길’에서 보여주는 그의 문장들은 참 아프고도 아름다워요. 어머니의 죽음과 실패한 첫사랑 등을 떠올리며 과거 삶에 대한 그리움과 눈물을 표현했는데 문장들이 참 아프고도 아름다워요. 시인의 서글픈 정서가 그대로 시 안에 녹여내 읽는 순간에도 그 감정들이 와 닿죠.

Q. 카페에 많은 책이 비치되어 있는데 직접 갖다 놓으셨나요?

A. 문학지나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카페에 직접 가져다 놨어요. 카페를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책을 읽으며 글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가져다 놨죠.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힐링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책을 온전히 즐겼으면 좋겠어요.

Q. 추천해주고 싶은 작가, 시인님이 있다면 이유는?

A. 제 시집의 해설을 써주신 박주용 시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시집의 해설을 보내주셨는데 눈물이 그 해설을 읽고 눈물이 났어요. 이 분을 바라봤을 때 ‘진정한 시인의 모습이다.’ 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현재 계룡예총 지회장 직을 맡고 계시고 우선 시를 잘 쓰세요. 인간적으로도 너무 좋은 분이여서 추천을 드리고 싶네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나요?

A.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쓰고 싶어요. ‘지붕 고치는 날’을 출간하는데 30년이 걸렸는데 다음 시집은 3년 안에 내고 싶어요. 시집을 내보니 삶이 정리된 느낌을 받았고 굉장히 뿌듯했어요. 하지만 제 책이 활자로 나오니 두려운 마음도 있어요. 굉장히 뿌듯하고 내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죠. 시 낭송과 작품 활동을 두루두루 가슴 한구석에는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요. 저같은 사람도 시집을 내고 할 수 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 시인 프로필

신은겸 시인은 1989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2016년 대전문학을 통해 재 등단한 이력과 함께 한국문인협회 계룡시지부 회원, 대전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시낭송 극단인 ‘시 울림’ 낭송본부장, ETB 교육산업신문 TV 문학채널 초대석 진행, 대전시민대학·계룡도서관·인삼고을도서관 시낭송 강사 등을 역임했고, 제2회 대전 여성백일장 장원, 1987년 충주 MBC 가을시 공모전 금상 등을 수상했다.

신 시인과 송영두 기자
신 시인과 송영두 기자

 

송영두 기자 duden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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