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이 버스를 타면 시간이 더 걸리니까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장애인의 시외버스 탑승에 대한 토의 수업에서 한 학생이 한 말이다. 일부러 장애인을 차별하기 위해 한 말은 아닐 테다. 그렇다면 어떻게 장애인이 돈을 더 내야 공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설계된 질서 속에서 바라보면 버스의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의 결함이고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다. 애초에 비장애인에게 유리한 속도와 효율성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이미 편향된 것임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오늘의 BOOK PICK은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은밀하고 사소하며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선량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차별과 혐오의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책이다.

인간 심리에 대한 국내외의 최신 연구, 현장에서 기록한 생생한 사례, 학생들과 꾸준히 진행해온 토론수업과 전문가들의 학술포럼에서의 다양한 논쟁을 버무려 우리 일상에 숨겨진 혐오와 차별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은 이뤄지지 않으며,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조직해가자고 제안한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차별적인 관념이 언제 어떻게 표출될지 몰라, 소수자를 타깃으로 한 각종 혐오표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어떤 방식으로 소수자가 차별받는지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런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혐오표현의 방식이 매우 은밀하고, 말하는 사람도 눈치 채지 못하는 표현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통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한걸음의 대안부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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