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8일 MJ윈드오케스트라 제2회 정기연주회를 위해 대전예술의전당을 찾은 관객들.
2023년 10월 8일 MJ윈드오케스트라 제2회 정기연주회를 위해 대전예술의전당을 찾은 관객들.

[뉴스앤북 = 송영두 기자]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바람이 불어 어느덧 쌀쌀해진 8일 오후 대전예술의전당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MJ윈드오케스트라가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오후 6시. 공연 시작이 1시간이 남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대전예당에는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누비는 아이들부터 순서지를 보며 앉아있는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모여있었다.

“공연 시작 10분 전입니다. 입장 서둘러주세요”

현장 직원들의 다급한 외침에 공연장 밖에서 담소를 나누던 사람들은 혹여나 공연을 놓칠까 서둘러 1,546개의 객석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순서지엔 출연진과 더불어 이번 공연에서 연주되는 리스트가 적혀있었고, 매우 익숙한 곡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관객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호흡하기 위한 MJ윈드오케스트라의 인상적인 선곡에 공연 전부터 감탄사를 내지를 뻔했다.

2023년 10월 8일 MJ윈드오케스트라 제2회 정기연주회를 위해 대전예술의전당을 찾은 관객들.
2023년 10월 8일 MJ윈드오케스트라 제2회 정기연주회를 위해 대전예술의전당을 찾은 관객들.

바람(호흡)으로 만들어갈 무대에 괜스레 설레고 떨리는 감정을 홀로 주체하고 있을 때쯤, 점차 관객석의 조명은 무대에 온 힘을 불어넣듯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미리 설치된 무대에 MJ윈드오케스트라가 오르자,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로 이들을 화답했다. 뒤이어 ‘라’음이 뻗어져 나오자 무대 위 단원들은 소리에 맞춰 악기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교향악단과 다른 윈드오케스트라만의 조율음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지휘자 최영도 씨가 단상에 올랐다. 그는 단원들과 짧게 눈을 마주친 뒤 확신의 찬 손짓으로 지휘봉을 크게 휘저었다. 그렇게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공연이 시작됐다.

2023년 10월 8일 MJ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제2회 정기연주회를 선보이고 있다.
2023년 10월 8일 MJ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제2회 정기연주회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오프닝 음악으로 삽입돼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첫 번째 곡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 끝나버렸다.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가 만들어 낸 압도적인 오프닝에 넋이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슈트라우스의 웅장하고 장엄한 음악을 통해, 인간의 삶의 역동성과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해 보는 순간도 잠시, 제임스 스웨어린젠(swearingen) ‘영웅들 앞에서’로 순서가 이어졌다. 힘찬 행진곡풍의 음악으로 엄청난 압도감을 자랑했지만, 슬프고 애절한 선율은 일상의 영웅을 그리는 하나의 ‘헌정시’ 같았다. 호른, 튜바 등 목관악기의 화려한 소리와 플롯, 바순 금관악기의 부드러운 음색이 하나가 되는 경이로운 순간 관객들은 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듯 보였다.

분위기를 한껏 고조되자 다음 곡이 빨리 연주되길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세 번째 곡은 엘머 번스타인(Elmer bernstein)의 영화 ‘황야의 7인’ 메인 테마로 독특한 멜로디와 강렬한 리듬은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금관악기들은 서부의 영웅이라도 된 듯 힘차고 강렬하게 자신의 소리를 울렸고, 금관악기들은 그 길을 터주는 듯 아름답게 흘러갔다. 서부극 특유의 낭만과 모험심을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느껴보는 경험은 굉장히 신선했다.

MJ오케스트라는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관객들을 서부에서 바다로 이끌었다. 한스 짐머(Hanz zimmer)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메인 테마 연주가 시작되자 무대 위 광활한 바다가 펼쳐졌다. 마치 출항하는 해적들을 연상시키는 듯 역동적인 리듬, 격렬한 타악기 섹션, 그리고 극적인 금관악기의 화려한 멜로디가 관을 타고 터져 나왔다.

몰아치는 연주에 가슴이 벅차오르던 찰나 무풍지대에 배가 진입한 것처럼 맬로디는 금관악기를 중심으로 부드럽고 신비롭게 급반전, 이후 또다시 폭풍처럼 쉴 틈 없이 몰아쳤다. 웅장한 선율은 바다의 광활함과 모험의 스릴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해 줬다. 거칠면서도 우아하고, 또 대담하면서도 자유로운 연주를 마친 MJ오케스트라가 악기를 내려놓자 관객석에서는 “브라보” 외침과 함께 큰 박수소리가 오랜 시간 이어졌다.

2023년 10월 8일 MJ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제2회 정기연주회를 선보이고 있다.
2023년 10월 8일 MJ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제2회 정기연주회를 선보이고 있다.

잠깐의 쉬는 시간, 무대를 다시 돌아보자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있었다. 피아니스트 민경식 씨와의 협연을 위해서였다. 이를 보며 금관악기 타악기 소리에 피아노 소리가 묻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는 괜한 걱정이었다.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의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하는 민경식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끝은 마치 무시무시한 철퇴 같았다. 트롬본과 팀파니, 호른의 엄청난 굉음에도 피아노 선율은 자신의 존재를 피력하는 듯 이들을 뚫고 한 몸이 되어 울려 퍼졌다.

민 씨는 독주 파트에서 즉흥적인 연주로 재즈의 자유로움과 활력을 마음껏 표출했다. 이마에서 쏟아지는 비지땀을 잠시 닦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얼마나 혼신의 연주를 펼치고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재즈와 MJ윈드오케스트라의 독특하고 완벽한 조합에 감탄을 금치 못하던 순간 여섯 번째 곡 루이스 프리마(L. Prima)의 ‘노래하다, 노래하다, 노래하다(스윙으로)’가 시작됐다.

세트 드럼의 경쾌한 스윙 리듬을 중심으로 악기들은 재치 있는 제 모습을 각자 뽐내기 시작했다. 흥겨운 노래가 이어지던 중 드럼은 주인공을 위해 잠시 비켜주는 듯 소리를 줄였다. 그러자 트럼펫과 클라리넷의 임프로비제이션(즉흥 연주)가 시작됐다. 각 악기들의 솔로 연주와 합주의 재미가 더해지자,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대망의 마지막 곡은 스티븐 라이케네(Steven Reineke)의 ‘필라투스: 용들의 산’이었다. 스산한 바람이 불자 관악기들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음을 꺼냈다. 연주는 정교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각 주제와 멜로디가 서로 완벽하게 어우러져 곡의 주제인 ‘인간과 용’의 공존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또 이 곡에서 사용된 다양한 악기들과 사운드 효과들이 함께 작용해 거대한 오케스트라보다도 더욱 깊고 풍부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들어 감탄을 자아냈다.

2023년 10월 8일 대전예술의전당 MJ윈드오케스트라 제2회 정기연주회를 찾은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치는 모습.
2023년 10월 8일 대전예술의전당 MJ윈드오케스트라 제2회 정기연주회를 찾은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치는 모습.

준비된 모든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연주를 들으며 턱 끝까지 차올랐던 환호성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립박수와 함께 시작된 뜨거운 환호와 박수 소리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에 못 이긴 듯 최영도 지휘자는 다시 단상으로 발길을 돌렸다.

MJ윈드오케스트라는 관객들의 음악적 갈증을 마저 채웠다. 한국에서는 '윌리엄 텔 서곡'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가 작곡한 오페라인 기욤 텔(Guillaume Tell)의 서곡으로 관객들의 성원에 보답한 것이다.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갔다. 이어진 앵콜곡에서는 관객들과 안녕을 준비하는 듯 ‘내 평생에 가는 길’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평소 피아노나 기타 반주로 들을 수 있는 곡을 윈드오케스트라의 합주로 마주하니 눈을 감고 잠시 사색에 잠길 수 있었다.

2023년 10월 8일 MJ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제2회 정기연주회를 선보이고 있다.
2023년 10월 8일 MJ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제2회 정기연주회를 선보이고 있다.

MJ윈드오케스트리의 앙상블은 아트홀을 가득 채웠고 관객들에게 낭만적인 가을밤을 선물했다. 첫 번째 정기연주회에 이은 두 번째 무대에서도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낸 단원들의 연주가 현대인의 예술적 욕구에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누구보다 공연에 심혈을 기울였던 MJ오케스트라 단장이자 한국연주인협회 부회장 한미선 씨는 이번 공연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한 씨는 “이번 공연을 위해 1년이란 시간 동안 같이 노력해온 단원들에게 먼저 감사한 마음”이라며 “갓 창단한 저희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아트홀 공연은 큰 도전과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많은 음악인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로 해를 거듭할수록 대중, 음악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문화·예술발전에 이바지하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치사했다.

윈드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음악, 재즈,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윈드오케스트라 만의 독창적인 공연을 통해 감동을 받고, 음악의 즐거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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