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조경순, 시조집 '어느 여운'(사진제공=도서출판 이든북)
시조시인 조경순, 시조집 '어느 여운'(사진제공=도서출판 이든북)

[뉴스앤북 = 송영두 기자]

“삶 속에 반추되는 한 줌의 상징을 붓끝으로 찍어 망설이다 곰삭은 기다림의 서사. 하얀 종이 위에 붙잡아 놓은 나의 하얀 기록이다.”

자연 속에서 시조를 쓰며 삶의 기쁨을 느끼고 스스로 성찰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 있다. 조경순 시조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대전에서 충북 옥천으로 귀촌한 시조시인 조경순 씨. 그는 현재 옥천향교 장의 활동을 하며, 옥천 시우회에서 시조창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시조를 접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고시조를 많이 외우게 해 주셨던 경험이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 계기가 지금까지 시조를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죠. 또 청주 서원대 평생교육원에서 시조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 지금에 제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그렇게 시조와 동고동락하며 글 쓰기에 매진한 시조시인 조 씨는 지난 1997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시조, ‘월간문학’ 시조 신인상을 통해 문단에 발을 들였다. 그렇게 ‘시조시인’이란 이름을 가진 조 씨는 오로지 시조에만 집중했다.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말이다.

조 씨는 “시조 등단 26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타 장르는 써보지 않았습니다. 굳건한 마음으로 시조 하나만 고집하면서 이번에 3집을 꾸려 냈죠. 시조는 내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무에요”라고 힘줘 말했다.

시조집 '어느 여운'(사진제공=도서출판 이든북)
시조집 '어느 여운'(사진제공=도서출판 이든북)

여기서 그가 말한 3집은 바로 시조집 ‘어느 여운’(도서출판 이든북)이다. 이번 시조집을 통해 늘 보여주던 ‘시조시인 조경순’이 아닌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조 씨. 그는 “시조에 입문해서 서른 살이면 성년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시조집은 무거움을 들어내고 싶었죠. 내딛는 한 발 한 발의 흐름이 시나, 생이 모두 부드러워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어요. 두, 세수 길어지면서 할 말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생각하기도 했죠.”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출간 소감을 전했다.

‘어느 여운’ 속에는 그가 느끼고 공감했던 많은 것들이 시조가 되어 담겨있다. 이는 자기 자신, 가족, 사회, 시대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반적인 문제에까지 걸쳐있다. 특히 꽃 ‘백목련’, ‘채송화’, ‘찔레꽃’ 등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이 감동적인 시어로 변한 모습은 아름답고 신비하다. 이에 대해 조 씨는 “유년의 시절에 같이 놀던 고향의 추억이기도 하고, 서재에서 창문을 열면 마당 가에 소박하게 피어있는 마음의 꽃들”이라고 말한 뒤 창밖의 풍경에 잠시 빠져들었다.

시조시인 조경순
시조시인 조경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시조집을 엮으며 생겼던 특별한 일은 없었을지 궁금해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조 씨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에 앞서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며 그들의 이름을 한자씩 나열했다. 그는 “시조집이 3권이 나오기까지 시조시인 신웅순 교수님께서 서평을 맡아주셨어요. 책 표제까지 맡아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죠. 앞으로 좋은 시조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조 씨는 시조를 단순히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새로운 시조를 창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조의 전통적인 형식 속에서 일상적인 소재를 시조의 소재로 활용하는 등 시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그런 조 씨에게는 작은 꿈이 하나 있다. 일흔의 나이가 되었을 때 옥천 한옥 갤러리에 그림과 붓글씨를 내건 채 네 번째 시조집 출판기념회를 진행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문인 삼절. 시도되고, 화도 되는데, 서가 되지 않아 열심히 공부 중이랍니다. 제가 70대 나이가 됐을 때 그림, 붓글씨, 시조가 한데 어우러지는 출판기념회를 옥천 한옥 갤러리에서 열고 싶죠. 시조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담아낸 문학 장르에요. 시조를 통해 우리말의 미학을 느껴보시고, 시조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라며 말을 마쳤다.

시조시인 조경순 씨의 시조에 대한 열정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고자 하는 노력을 알 수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이번 만남. 이를 통해 시조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시인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 시조시인 조경순 씨는?

시조시인 조경순
시조시인 조경순

시조시인 조경순 씨는 지난 1997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시조, ‘월간문학’ 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조집 ‘저 일흭’, ‘조각보’, ‘어느 여운’이 있다.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충북시조시인협회, 금강시조문학회, 대전미협 회원, 시조문학, 한국여성시조 이사, 대전시조 감사, 옥천문협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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