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 전주에서 발간된 책을 통칭한 '완판본(完板本)'이라는 한자가 적힌 최초의 문헌이 발견됐다. 

최근 완판본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이태영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경태를 통해 '소미가숙점교부음통감절요(少微家塾點校附音通鑑節要)'라는 책을 손에 넣었다.

1916년 다가서포라는 전주 옛 서점에서 발간한 이 책의 표지에는 '대통감완판십칠자십(大通鑑完板十七字十)'이라고 쓰여 있다. '완판'이 적인 걸로 보아 전주에서 간행한 책이라는 의미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동안 완판본은 서울에서 펴낸 경판본(京板本)과는 달리 명칭을 공식적으로 기록한 사료가 많지 않아 역사성이나 유래 연구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뤄져온 게 현실이다. 

이 교수의 이번 발견 이전까지 완판이 쓰인 가장 오래된 책은 1940년 발행한 문학 잡지 '문장(文章)'에 실린 평론가 윤규섭의 수필 제목 '완판'이다.

특히 이 교수는 새롭게 발굴한 '완판' 고서가 현재까지 이를 기록한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목판으로 인쇄된 고서의 제목은 매우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것으로 현재까지 완판본을 기록한 문헌 중 가장 오래된 책"이라며 "조선 후기에 전주에서 출판하던 인쇄업자들은 이미 '완판'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이제 역사적인 사료가 발견된 만큼 현재 다수의 국어사전에서 완판본의 개념을 '전주에서 간행한 목판본의 고전 소설' 정도로 한정하고 있는 것에서 '전주에서 간행한 옛 책' 내지 '조선 시대 전주에서 간행한 판매용 책'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gustn1416@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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