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공통 언어를 향한 꿈> 에이드리언 리치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 약 15만 명이 임금 인상, 노동환경 개선, 투표권 보장을 외쳤고, 그 후 1975년 UN에 의해 ‘여성의 날'이 공식 지정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 때와 비교했을 때 여성인권 증진에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아직까지 여성에게 불리한 제도와 위험한 문화가 존재한다.

이세정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이세정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작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는 여성의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 하였고, 장거리를 이동할 때 남성 친척이 동반해야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등 말도 안되는 정책들을 내렸다. 이란에서는 히잡을 벗어던지고 시위를 한 수 많은 여성들이 강경 진압에 목숨을 잃었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직까지 성인식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 할례가 성행하고 있다.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페미니즘 운동가인 에이드리언 리치는 결혼과 출산, 양육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여성에게 당연하게 요구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경험하며 가부장적 사회 속 여성다운 삶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남성의 언어를 따르며 그들이 규정하고 제정한 법 테두리 안에서 여성이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남성이 만든 거대하고 단단한 틀이 쌓이고 쌓여 역사가 되었고 그 속에 여성은 배제되어 왔다. 자연스레 사회가 만들어낸 가치와 태도와 같은 것들은 철저하게 남성 언어로부터 생성된 것이었을 것이다. 여성은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할 기회를 상실하고 주체적인 나 자신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성으로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해결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현실에 대해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고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은 앞서 언급한 남성의 언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재인식하고 어떠한 태도와 용기를 가져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총 3부로 이루어진 시집은 1부 ‘힘', 2부 ‘스물한 편의 사랑 시’, 3부 ‘다른 곳 아닌, 바로 이곳'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이드리언 리치는 다른 여성 존재가 겪는 고통과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는 방식을 전달한다. 그는 ‘힘'의 영향력은 단순히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우리를 서로 ‘사랑'하고 연대하는 것에서 나타나며, 우리의 사랑과 목소리를 통해서 비로소 ‘바로 이곳’, 즉 여성의 언어를 실현하고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이보다 덜한 것을 위해 안주하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꿈꿔 왔다.

우리 모두의 삶 (‘엘비라 샤타예브를 위한 환상곡' 중)

그러나 나는 우리의 몸이 벽에 걸린 거대한 그림자가 되고 밤이 우리 내면의 어둠이 되어, 마치 구석에서, 머리를 발 위에 놓고 있는, 말 못 하는 짐승처럼 잠드는 이 비밀스러운 둥근 불길 너머로 우리가 나아가기 시작해야 비로소 이를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의식의 기원과 역사' 중)

내가 통제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것에 찢기고 내던져진. 고통을 헤아려라, 세상을 지배할 수 있으리. (‘굶주림' 중)

'공통 언어를 향한 꿈'  저자 에이드리언 리치
'공통 언어를 향한 꿈' 저자 에이드리언 리치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은 1974년부터 1977년까지의 시를 모음 작품집이다. 시집이 출간된 지 40년도 더 되었지만 그 때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느낀다. 여전히 남성의 가치관이 중요한 언어로 정의되고 있고 그들의 삶과 결정으로 여성들이 부당하게 목숨을 잃거나 위협을 받는 일이 아직까지도 존재한다. 에이드리언 리치가 시에 녹여낸 냉정하고 강인하고 목소리가 더 많은 이에게 전달되어 여성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하고 남성만의 언어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여성이 자신들의 언어를 받아들이고 나아가 ‘공통 언어'를 실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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