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등단 20년을 맞은 김민정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44편의 시가 담겼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시인으로서의 의지, 소명을 엿볼 수 있다. 시집을 관통하는 화두는 '곡두'다. 눈앞에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환영을 의미한다.

김 시인은 그간 시에서 여성의 문제를 다루며 당사자성을 기반으로 한 생생한 내러티브를 담았다. 이번 시집 또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데, 지평이 확장됐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면서도 깊게 보지 않았던 이웃들,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여성들의 삶까지 반추한다.

"눈도 예쁜데 눈이 예쁜데 눈은 예쁜데 눈만 예쁜데 눈도 안 예쁘네. 마음이라는 거. 변한다는 거. 안 변하는 게 또한 마음이겠냐는 거. 미련 같은 거 치우면 또 연두 같은 게 들어찬다는 거."('썼다 지웠다 그러다 없다' 중)

김 시인은 "나는 나의 부록. 가장 사랑하는 것은 없다. 많은 사랑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학과지성사, 131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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