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전 월평도서관에서 서상윤 작가가 길 위의 인문학 ‘대중가요·시(時)·영화, 근현대사 100주년을 관통하다’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하장수 기자
23일 대전 월평도서관에서 서상윤 작가가 길 위의 인문학 ‘대중가요·시(時)·영화, 근현대사 100주년을 관통하다’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하장수 기자

근현대사의 시작, 일제강점기 시대의 목소리가 담긴 대중가요가 월평도서관에 울려 퍼졌다.

월평도서관은 23일 길 위의 인문학 ‘대중가요·시(時)·영화, 근현대사 100주년을 관통하다’의 두 번째 강연을 열었다.

2주 차 강사인 서상윤 작가는 노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Donde Voy’를 들려주며 강연을 시작했다. 청중들은 애틋함을 느끼며 노래를 감상하거나 흥얼거리기도 했다.

서 작가는 “음악이 나온 배경과 가사를 음미하며 듣는다면 당시 배경이 생각나기에 역사만 들여다보는 강연이 아닌 시대에 맞는 음악을 곁들여 선보인다”고 말했다.

강연은 1904~1930년까지 일제강점기 속 한국을 대중가요로 살피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일제 시절 첫 대중가요는 1910년 기독교 신자 임학천이 작사한 ‘희망가’다. 이 노래는 1930년대 큰 인기를 끌었으며 제목과 달리 나라를 잃은 민족의 한과 애환이 담긴 게 특징이다.

고복수가 부른 ‘타향살이’는 나라를 뺏긴 설움을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살아가는 서글픔으로 표현했다.

‘희망가’와 ‘타향살이’를 청중에게 들려주면서 작가는 “이 시기엔 일본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한국에서 식량을 약탈해 배고플 시기고 일본의 교육을 받은 친일파가 나타난 시기”라고 덧붙였다.

대중가요 ‘사의 찬미’는 당시 10만 장이 발매된 대중가요 역사상 첫 히트작이다. 이 노래를 부른 일본 유학생 윤심덕과 유부남 김우진이 귀국길에 바다에 몸을 던진 비극이 전해져 더 인기를 끌었다는 게 평이다.

이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담긴 ‘강명화가’, ‘봉자의 노래’, ‘병운의 노래’ 등이 일제히 등장했으며 작가는 “기성세대의 남성우월주의 사상에 지식인 여성들의 자유로운 연애를 갈망하는 배경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봉선화’는 일본 유학파에 의해 탄생했다. 이 노래는 1920년 5월 조선총독부 사이토 총독 취임 축하 공연에 선보이자 참석한 한국인 다수가 눈물을 보이자 곧바로 금지됐다.

노래 가사는 김형준 시인의 동명의 작품으로 이뤄졌고, 시는 봉선화가 겨울을 지나 시들어도 돌아오는 봄날에 다시 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가사 내용이 현재 상황과 맞물려 참석자들에게 감동이 전해졌다는 게 작가의 의견이다.

23일 대전 월평도서관에서 서상윤 작가가 길 위의 인문학 ‘대중가요·시(時)·영화, 근현대사 100주년을 관통하다’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하장수 기자
23일 대전 월평도서관에서 서상윤 작가가 길 위의 인문학 ‘대중가요·시(時)·영화, 근현대사 100주년을 관통하다’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하장수 기자

마지막 순서는 1923년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다룬 영화 ‘밀정’이다. 이 사건은 한국인 출신 황옥 경찰이 일본에 저항하는 무장단체를 잡으라는 특명을 어기고 의열단을 도와 폭발물을 수송을 도왔다.

이 사건에 대해 작가는 “일본에 공포를 심어준 의열단과 그 단원들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일본 경찰이란 신분으로 한국을 도운 그림자의 모습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을 마쳤다.

강연에 참여한 시민 A씨는 “역사와 대중가요를 함께 다뤄 재밌게 들었다”며 “다음 강연도 기대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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