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 대여가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작가의 수익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을 무료로 전달하다 보니 작가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책 구매의 일회성 비용만 받은 탓이다. 사실상 책 판매 벌이말고는 뚜렷한 수익 경로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20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출판시장 규모가 큰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선 ‘공공대출권’(공대권)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책이 대여되면서 잃게 된 판매기회만큼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인데, 이미 전 세계 33개국이 공공대출권을 시행하고 있는 추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36개국 중에서 공공대출권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9개 국가(그리스, 대한민국, 멕시코, 미국, 스위스, 일본, 칠레, 터키, 포르투갈)뿐이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에 따르면 공대권 수혜 규모는 독일이 연 1665만 유로(약 213억 원), 영국이 600만 파운드(약 89억 원), 프랑스가 1170만 유로(약 150억 원) 가량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대권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하반기까지 공공대출권 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다만 아직까지 공대권 시행까진 접근하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결국 예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개한 ‘공공대출권 도입 필요성에 관한 기초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수는 1000여 개며 국민 1인당 장서량은 미국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도서구입비(2017년 기준 985억 원) 역시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도서관 인프라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 빈도가 베스트셀러에 치중되기 쉬워 유명 작가는 더욱더 부해지고 무명 작가는 지속적으로 가난해지는 일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영국처럼 보상금 연간 상한선을 설정해 일정 부분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으나 공공도서관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예산 증액에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점차 모바일기기가 발전하면서 공대권은 전자책에도 적용이 가능한 상태다.

또 다른 출판업계 관계자는 “공대권은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대학 도서관 등 각종 도서관에도 적용할 수 있다. 또 전자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이와 관련해선 최근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는데 지난 9월 체결된 서울예술대와 월정액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와의 전자책 서비스 이용 협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간의 대학 전자책 서비스가 도서를 제한적으로 구매해 그 안에서 대출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그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그 수익이 출판사와 작가에 전달되는 모델이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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